국세청은 요즘 세금을 거둬들이는 일에 아주 적극적이다. 세정당국이 징세활동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사태와 맞물리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한쪽에선 ‘구멍난 세수를 막기 위해 마른 수건 짜내듯 세금을 쥐어짜고 있다’고 눈을 흘기는 반면, 다른 쪽에선 ‘오히려 징세행정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올 하반기 들어 세무조사를 받는 대기업들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는 포스코를 비롯해 SK㈜,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현대엘리베이터 등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업체수도 많을 뿐 아니라 “조사강도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국세청은 ‘세수를 채우려는 무차별적 조사’란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 상반기엔 조사인력이 부동산 투기조사에 집중 투입되는 바람에 기업 정기세무조사를 제대로 못했다”며 “정기조사가 하반기로 집중된 것일 뿐 몰아치기식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세무조사를 해봤자 실제 징수는 내년에나 이뤄진다”며 “아무리 조사를 세게 해도 금년도 세수부족보전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내년부터 매출액 5,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정기세무조사주기를 5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내면 좀처럼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던 1,000억~5,000억원대 중견기업도 앞으론 성실납세 여부와 관계없이 5년에 한번은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업세무조사 방향에 대해서도 “결국은 세금을 더 거둬들이려는 발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대기업 세무조사주기를 줄이는 것은 국제적 추세”라며 “세무조사 여부는 기간 말고도 다른 요건들을 고려해 결정하는 만큼 조사주기를 4년으로 단축해도 당장 4년만에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총자산 2억5,000만 달러 이상 기업은 3년 간격으로 조사하고 ▦일본도 자본금 50억엔 이상 법인에 대해선 매년 순환조사를 할 만큼 대기업 조사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금년엔 전체 신고법인의 1.3%인 3,967개 업체가 세무조사를 받지만, 내년엔 100개 이상 적은 3,812개 법인(1.2%)만 세무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무조사 대상기업이 오히려 줄어드는데, ‘세금 쥐어짜기’라는 추론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징세행정의 폭과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4조 6,000억원에 달하는 금년도 세수부족액은 그렇다쳐도, 재정정책방향과 세입구조변화를 놓고 볼 때 어차피 세수는 기조적으로 모자랄 수밖에 없고 국세청으로선 이를 메우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쥐어 짜는 것이냐, 그냥 걷는 것이냐’가 아니라, 국세청이 과연 세입여건의 구조적 악화에 대비한 중장기적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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