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부산 동의대 사건 당시 시위 참가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당시 순직한 경찰 유족들이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27일 유족 21명이 “동의대 사건에 대한 민주화심의위의 결정과 그 근거 법률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심리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결정이다.
다수의견을 낸 윤영철, 김경일,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은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다 해서 순직 경찰관들이 곧바로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청구인(유족)들이 심리적 동요와 혼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헌법이 보호하는 ‘객관적ㆍ사회적’ 명예가 아닌 ‘주관적ㆍ내면적’ 명예에 불과하므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수의견을 낸 권 성, 김효종, 송인준, 주선회 재판관은 “동의대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면 순직자들은 필연적으로 ‘자유민주 질서를 문란케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의 대행자’라는 법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의대 사건 가담자들의 시위 동기가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려는 것이었다 해도 그 수단은 자유민주질서가 용납할 수 없는 폭력적인 것이어서 민주질서 확립에 기여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법적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적지 않은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임명된 3명의 재판관 모두 민주화심의위 결정을 옹호하는 의견을 제시한 점이 주목된다.
동의대 사건은 1989년 5월 부산 동의대에서 학생들이 노태우 정권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다 진압에 나선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 7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시위 참가 학생 전원이 구속되고 주도한 학생은 방화치사 등 혐의로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민주화심의위는 2002년 4월 찬성 5, 반대 3, 기권 1의 의견으로 동의대 사건 가담 학생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고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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