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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최용묵 경영전략팀 사장 사퇴, '北달래기'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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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최용묵 경영전략팀 사장 사퇴, '北달래기' 포석

입력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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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문제로 빚어진 정부 및 북한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대북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현대그룹은 27일 최용묵 경영전략팀 사장이 김윤규 전 부회장의 개인비리를 추적, 조사한 내부 감사보고서의 유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현정은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김 전 부회장의 감사를 주도해온 인물로 현 회장체제 출범 후 현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필해왔다. 최 사장의 퇴진을 계기로 현대의 대북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최 사장은 이와 관련, “김 전부회장에 대한 감사의 본질은 경영 투명성과 합리적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었는데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남북협력기금 유용의혹 파문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감사를 총괄해온 책임자로서 정보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현 회장에게 전달했다. 최 사장은 앞으로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직만 맡게 됐다.

현대는 최 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조만간 그룹 경영전략팀을 해체하고 현 회장을 보좌하는 비서실 기능을 강화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키로 했다.

최 사장의 사퇴는 표면적으론 ‘내부감사 보고서 유출 책임’이라고 하지만 북측과의 금강산 및 개성관광 사업 재개 등을 앞둔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현대는 북한이 25일 협상을 제의한데 대해 다음달 초 접촉을 갖자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현 회장과 북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 만남은 이르면 다음달 초 이뤄질 전망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 회동에서 김 전 부회장 문제와 관련, 측근 청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은 20일 현대의 대북사업 전면재검토 방침을 발표한 담화에서“현대 상층부가 곁에 붙어 기생하려는 야심가들을 버린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금강산관광의 넓은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 사퇴를 통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듯한 모양새를 갖출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룹 관계자는 “최 사장의 사퇴가 북측의 ‘측근청산’ 요구에 따른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도 “이번 사퇴를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대북경협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해 이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최 사장 사퇴는 또 김 전 부회장이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한 것처럼 보도되면서 빚어진 통일부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내부감사 유출로 통일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물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부 계열사 사장들의 압박도 작용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현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일부 사장들이 “내부 감사 보고서 유출로 인해 통일부 및 북한과의 갈등을 유발한 만큼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어쨌든 이번 인사를 계기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북사업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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