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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춘 한나라 "野승리보다 與패배" 자만 경계론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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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춘 한나라 "野승리보다 與패배" 자만 경계론 봇물

입력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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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바짝 몸을 낮추었다. 27일 당에선 재선거에서 4대0 완승을 거둔 축제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에서 박근혜 대표 등 당직자들은 “수고했다”며 노고를 위로했을 뿐이다.

박 대표는 “현 정권의 나라 흔들기, 경제실정에 대한 준엄한 평가였다”고 선거결과를 정의한 뒤 “한나라당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나가야 한다”며 자성론을 제기했다.

회의에선 자만에 대한 경계론이 쏟아졌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의 승리 보다는 열린우리당의 패배라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다”며 ‘반사이익’이 강했음을 인정했다. “야당도 잘못하면 얼마든지 심판하겠다는 게 국민의 뜻”(이강두 의원), “국민의 민심을 얻고 간신히 승리했다”(김영선 의원)는 냉정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 같은 기류는 이번 승리가 주로 여권의 실정 탓이고, 대구 등 텃밭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음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작은 선거에선 이기고 정작 대선에선 두 번 씩이나 진 ‘재보선 전문당’이라는 불명예를 다시는 뒤집어 쓰지 않겠다는 의식도 강하다.

그러나 막상 진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대목에 이르면 여전히 막연한 게 사실이다. 우선 내달 17일 당 개혁안 통과 후 당직개편이 예고돼 있고 있는데 방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박 대표가 지금처럼 유승민 당선자 등 측근들을 다수 기용할 지, 인사의 외연을 넓혀 당 이미지를 바꿀지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정국 대응에 있어서도 박 대표는 정권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그다지 여론의 흐름을 타고 있지 못한 데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한 소장 의원은 “문제제기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당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 때문에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당의 인적 쇄신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금은 여권이 선거 패배에 따른 혼란을 겪고 있지만, 불똥이 이쪽으로도 튈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지도부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재선거 패배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본다”며 신속히 수습에 나선 점에 주목했다. 노 대통령이 여당을 추스른 뒤 정국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개헌논의 조기공론화 등 새로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존심 강한 노 대통령이 패배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 만큼 국면을 바꾸기 위해 초 강수를 던질 공산이 크다”며 “우리도 당 내부를 정비한 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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