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부터 사흘간 평양 방문길에 오른다. 2001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 방북 이후 4년 만에 이뤄지는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북이다. 후 주석의 방북은 최근 호조를 타고 있는 북중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北·中 밀월의 상징
요즘 북중관계는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노동신문의 평가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이었던 10일을 전후해 북한과 중국은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를 통해 양국간 우호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9일에는 중국이 240억원을 들여 지어 준 대안친선유리공장의 준공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동당 창건 60주년 축하 차 방북한 중국의 우의(吳儀) 부총리가 함께 참석했다.
우 부총리는 이날 "두 나라 영도자의 직접적인 관심 속에 건설된 유리 공장은 새 세기 중ㆍ조 친선의 또 하나의 상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겨울에 남한의 비닐 비료부대를 창문에 덧대고 살아야 했던 북한 주민들에게 이 유리공장이 갖는 의미는 각별할 것이다. 중국은 축하 선물로 우 부총리 편에 중유 1만 톤을 보내기도 했다.
중국의 에너지와 식량 지원이 북한의 체제 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최근 중국의 대북투자와 교역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연초에 북한과 중국 사이에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된 이후 북한은 중국 단둥 등지에서 대대적으로 투자설명회를 갖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북한 북부지역의 광산 개발과 유통업 등에 중국의 자본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북한과 중국이 밀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와 경계를 표시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 자본이 대거 북한에 진출하는 것은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북 경협의 진행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투자 선점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든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통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개혁개방 유도에 순기능을 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후 주석의 평양방문 일정이 발표되기 전 5차 6자회담에 무조건 참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후 주석의 방북을 북한의 5차회담 참석을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 달 북한의 전면 핵 폐기를 명기한 '9ㆍ19 공동성명' 채택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후 주석의 이번 평양 방문 결과도 5차 6자회담 진행과정에서 북한의 태도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칠 것이다.
후 주석이 이끄는 4세대 중국 지도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혁명과 이념적 연대를 중시했던 전 세대들과는 달리 실용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북한을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북핵 해결 전화점 기대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일부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의지와 능력을 회의하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김정일 체제를 흔드는 것에는 반대한다. 김정일 체제의 대안이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후 주석은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9ㆍ19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개혁개방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나 자력갱생으로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북한이 우려하는 미국 등으로부터의 체제 위협에 방패막이가 되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 내부 위기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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