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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간이식 '高3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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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간이식 '高3효심'

입력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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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내년에라도 가면 되지만 아버지는 세상에 단 한 분뿐이잖아요.”

대입 구술면접고사를 나흘 앞둔 고3 수험생이 간부종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연세대 수시2학기 화공계열에 지원한 천안북일고 3학년 이상현(18)군이 주인공.

이군은 22일 갑작스런 황달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아버지 이광우(48ㆍ해군 중령)씨를 면회하러 서울로 올라왔다가 아버지가 당장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위험하다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들은 이군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 봐 쉬쉬해왔지만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이군 마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간부종이 심각한 상태였다.

어릴 때부터 입버릇처럼 연대에 입학하는 게 꿈이라고 말해왔던 이군은 29일 구술면접고사만 통과하면 연대생이 되지만 면회 자리에서 주저 없이 간이식 수술을 결정했다. 22일 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사흘 후 간의 50%나 떼내는 대수술을 받은 이군은 26일 오후에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목에 꽂은 호스 때문에 의사소통이 불편한 이군은 “지난 1년간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고 공부했지만 이상하게도 수술을 결정하는 데 전혀 망설여지지 않았다”고 더듬더듬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어머니 고영혜(47)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 뛸 듯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 입이 안 떨어졌는데 상현이가 자청해 수술을 결정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군 가족은 연대 측에 이런 사정을 얘기하고 구술면접일을 늦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전형일정이 빠듯해 연기는 불가능하다”며 “편한 응시시간을 지정해줄 테니 앰뷸런스라도 타고 와 면접에 응하라”고 밝혔다. 이군은 현재 거동을 거의 못하는 상태라 응시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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