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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 한국 출간 日 인기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죽음은 내 소설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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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 한국 출간 日 인기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죽음은 내 소설의 화두"

입력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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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없는 시대의 삶과 죽음,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장편소설 ‘장송’(葬送ㆍ문학동네ㆍ전2권)의 한국 출간을 계기로 방한한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ㆍ30)는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무신론적 분위기는 모든 가치를 경제적 승패로 판단하려 한다”며 “이는 메이지 시대 이후 유럽 근대문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소설의 배경을 19세기 프랑스 파리로 삼은 것도 현재의 일본이 종교가 쇠퇴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지난 세기 유럽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서 쇼팽, 들라크루아, 조르주 상드 등 실존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죽음의 문제를 절제된 문장으로 그리고 있다. 당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철저한 고증은 물론, 치밀한 정경ㆍ심리 묘사를 기초로 한 정통 근대소설의 수법을 기초로 현대적 방법론을 찾고자 했다고 그는 말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예술가 소설인 동시에 역사ㆍ심리소설이자 풍속소설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한 살 때 아버지가 돌연사한 이후 ‘죽음’의 문제는 제 인생의 큰 주제였죠. 조국 폴란드에서 망명해 파리에서 세상을 뜰 때까지 쇼팽의 삶을 추적하면서 죽음이 갖는 의미를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는 다음 작품의 주제로 ‘살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종교의 시대에는 살인은 곧 지옥이라는 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일본의 아이들은 ‘왜 살인이 나쁘지’라고 반문합니다. 어떠한 도덕과 윤리도 그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신이 없는 이 시대에 살인이 어떤 의미인지, 과연 용서 받을 수 있는 지 다뤄볼 생각입니다.”

교토대 법학부 재학 때인 1989년 소설 ‘일식’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고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을 들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이래 장편 ‘달’ 단편집 ‘다카세가와’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일본 신세기문학의 기수로 떠올랐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문학동네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27, 28일 서울문화센터와 고려대에서 강연한 뒤 29일 출국한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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