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6일 임동원,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이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과 공모해 불법 감청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공모관계를 이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김은성씨의 공소장에 명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은성씨 진술뿐 아니라 두 전직 국정원장의 개입을 입증할 여러 증거들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동원, 신건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은성씨 구속영장에서 밝힌 2가지 도청사례 외에 김씨가 지시한 5가지 도청사례를 추가로 공소장에서 밝혔다. 2001년 여름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 추진 관련 통화내용, 2000년 10~11월과 2001년 4월 ‘최규선 게이트’의 중심 인물인 최규선씨의 통화내용, 2001년 4월 민국당 김윤환 의원과 민주당 의원간의 통화내용, 2001년 9월 자민련 이완구 의원의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안에 대한 통화내용’등이다.
최규선씨 도청내용에는 최씨의 사생활부터 국정원장 등 고위직 인사와 관련한 것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도청 당한 최씨의 통화 상대자에는 최씨와 친분이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윤환 의원의 통화내용은 민주당ㆍ자민련ㆍ민국당의 정책연합에 대한 것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유선중계망을 이용한 감청장비 R2를 사용한 전담 수집팀이 2개팀 32명이었으며 3교대로 24시간 도청을 했다고 밝혔다. R2는 6세트를 모두 동원하면 모두 3,600회선 감청이 가능했고, 하루 수십 건의 통화를 도청한 후 10건을 녹취록 형태로 남겼다. 이중 7~8건이 대화체 형식으로 요약돼 김은성씨에게 보고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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