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헌법 원본과 제1차 국새를 비롯해 상당수 주요기록물의 원본이 분실되는 등 그 동안 정부의 기록물관리는 총체적 부실의 낙제점 수준이었다. 감사원이 27일 행정자치부 등 24개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공공기록물 보존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지적사항이 7개 분야, 42건이나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각종 문서의 유실과 관리 소홀. 국가기록원과 법제처는 제헌헌법 원본이 분실된 사실조차 몰랐을 뿐만 아니라 제1차~5차 개정헌법의 원본과 필사본을 구별조차 하지 못했다. 법제처는 1993년 국가기록원에 헌법 관련 원본을 넘겨줄 때 원본은 사무실 일반서류함에 보관하고 필사본을 넘겨줬고 국가기록원은 이 필사본이 원본인 줄 알고 지금까지 귀중기록물 보존서고에 보관해왔다.
외교통상부는 1948년부터 2004년까지 체결한 조약 1,597건 중 46건의 조약원본과 17건의 대통령 결재문서와 국회비준서 등을 분실했으며 국방부도 1988년부터 2001년까지의 대통령 결재문서 178건 중 41건(23%)을 잃어버렸다. 1973년 설치됐다가 6년 만에 폐지된 중화학공업추진위의 경우 1,000여건의 안건을 처리했음에도 불구, 남은 기록물은 거의 없다.
검찰의 수사기록 보관도 부실해 감사원이 모지방 검찰청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48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사기록물(9,232건) 대다수가 탈색ㆍ변색ㆍ훼손됐으나 보존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또 1948년 이전에 개교한 초등학교 2,566개 중 338개 학교의 경우 화재 등으로 준영구보존 대상 기록물인 학교생활기록부가 전부 또는 일부 소실됐으며 13개 학교는 자체적으로 생활기록부를 폐기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정책기획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 11개 국정과제위원회의가 직원들의 잦은 인사이동과 소속감 결여로 각종 기록물을 등록대장에 올리지 않아 상당수 기록물이 분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도 극히 부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가기록원에서 보존중인 대통령 기록물 12만1,538건 중 8만9,818건(73.9%)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단순 민원신청사항(8만9,541건)이거나 연두순시 과정에서 보고 받은 지자체 업무계획(277건)으로 사료가치가 거의 없는 문서였다. 반면 이승만 대통령의 재임시 공적 기록물인 한미상호방위조약 관련문서와 재외공관보고서 등 15만여쪽은 국가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 같은 관리 부실은 기록물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2000년 발족한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가 2004년 11월 단 한차례만 회의를 개최했고, 국가기록원장 28명의 평균 재직기간이 14개월에 불과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공기록물에 대한 감사를 해보고 경악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과거의 중요한 기록물과 유산을 제대로 보존, 관리해 후대에 넘겨줘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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