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제청 이후 법원장급 고위 법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강완구(사시 11회) 서울고법원장과 이창구(13회) 대구고법원장, 우의형(13회) 서울행정법원장, 강문종(사시 13회) 부산지법원장이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19일 대법관 제청 이후 사표를 낸 고위 법관은 김연태(12회) 사법연수원장과 변동걸(13회)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비롯해 6명으로 늘었다.
고위 법관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는 것은 신임 대법관에 후배 기수인 14회와 21회 법관이 제청됨에 따라 자신들은 더 이상 대법관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고위 법관은 11회 1명, 12회 3명, 13회 8명, 14회 6명으로, 남은 법관들도 대거 사표를 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단일호봉제가 도입돼 법원장을 지낸 후에도 일선으로 복귀, 재판을 맡을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됐지만 법관들의 의식과 관행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장을 지낸 판사가 일선으로 돌아가고자 해도 후배 판사들이 이들의 복귀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표를 낸 법원장들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자의반 타의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연공서열 배제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사표 제출에 대해 이날 “대법원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축은 서울중앙지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올바른 개혁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려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가 와야 한다고 생각해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주택을 개량한다면 한옥의 낡은 부분을 수리하며 고쳐나가면 되지 집을 뜯고 양옥을 새로 짓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법개혁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고법에 상고부가 설치돼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법관 임명을 승진으로 생각하는 개념이 법조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해 자신의 사표 제출이 법원 관행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내비쳤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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