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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인의 말과 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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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인의 말과 格

입력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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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이 한창이다. 본회의의 대정부 질문은 사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보기 어려운 제도이다. 미국은 상임위나 해당 소위의 청문회에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관료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질의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본회의에는 대정부 질문이 없다. 반면 대정부 질문과 같은 방식은 영국 등 내각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행정부와 의회가 권력을 공유하는 내각제적 권력 구조에서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내각과 야당의 ‘그림자 내각’이 치열한 정책 토론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의 대정부 질문 방식은 대통령제에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결과이다. 우리 국회의 대정부 질문 제도는 제헌 국회 때 시작되었다. 7대 국회에서는 국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 질문과 답변이 이뤄졌고, 9대 국회부터는 국정 분야별로 나누어 질문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11대 국회에서는 서면질의 제도가 보완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총리와 야당의원의 말싸움

이와 같은 일괄질의-일괄답변 방식의 대정부 질문은 형식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따라서 질의와 답변 후 보충질의 방식을 추가했고, 2000년 개정 국회법에서는 모두 질문 15분과 일문일답 형식의 15분으로 나누어 대정부 질문을 했다. 이어 2003년 2월 또다시 개정된 국회법은 모두 질문을 아예 없애고 완전한 일문일답 형식으로 대정부 질문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일문일답으로 대정부 질문을 하는 경우 국회의원이나 장관 모두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보좌진이 만들어준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기응변의 능력도 있어야 한다.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일문일답으로 대정부 질문을 진행하면서 의원과 장관 간에 감정적 대립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4일 있었던 이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의 경우가 그렇다.

안 의원이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 정부의 정체성이 무엇이냐”“총리의 답변이 오만방자하다”고 하자, 이 총리는 “지금 인도네시아 의원도 방청하고 있는데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창피하다”“자세히 답하면 국민을 이간시키는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다.

그렇게 경험 없고 미숙한 총리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결국 두 사람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나쁜 당이냐?”고 묻자 “알아서 판단하시라”고 답변해 극단적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두 사람은 이미 1년 전 이맘때 국회 파행으로 이어진 격돌을 한 적이 있다.당시 안 의원은 이 총리의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퇴보한다'는 발언을 사과하라”고 했고, 이 총리는 “한나라당은 차떼기 당인데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하느냐?”고 맞섰다. 이러한 장면에서 국회와 행정부가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는 의식은 찾아 볼 수 없다.

●자리에 걸맞은 화법 원해

미국의 수사학자 하트에 따르면 말의 메시지를 지배하는 것은 화자(話者)의 역할이라고 한다. 이는 같은 말을 하더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고 화자의 위치나 지위에 따라 다른 유형, 다른 격의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트는 트루먼에서 레이건에 이르는 미국 대통령의 말을 대통령이 아닌 대기업 간부 또는 공직 출마자 같은 사람들의 말과 비교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나오는 독특한 화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존슨이나 닉슨은 부통령 시절에 즐겨 쓰던 표현을 대통령이 된 후에는 쓰지 않았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백악관 시절에 쓰던 화법을 고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 국무총리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말과 격을 원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길 바란다.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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