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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직업체험 '청소년 인터쉽' - 서울 대안학교 강소희양·유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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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직업체험 '청소년 인터쉽' - 서울 대안학교 강소희양·유주성?

입력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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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공부를 붙잡고 있다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억지로 공부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실전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낫지요.”

서울 서대문 연희동에 있는 대안 학교 ‘서대문 도시 속 작은 학교’에 재학중인 유주성(16)ㆍ강소희(17)양은 당당했다. 적성과 꿈을 무시한 채 무작정 공부만을 강요하는 정규 교육 과정을 거부하고 이 학교로 옮긴지 소희양은 1년, 주성군은 6개월이 되어 간다. ‘문제아들만 모아 놓은 곳’이라는 일반인들의 선입견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막상 와 보니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게다가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사단법인 한국청소년 재단 주관으로 실시되는 청소년 인턴쉽에 참여하고 있어 ‘힘들지만 살 맛나는’ 하루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에 따라 직접 현장에서 전문가의 도움으로 일을 배우는 그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타일을 만들어 주는 토달 뷰티ㆍ스타일 샵 경영이 꿈인 소희양. 미용학원을 다닌 지 10개월이 돼 가지만 실제 미용실에서 일해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그에게 이번 기회는 소중하기만 하다.

“처음 시작하는 전날, 얼마나 밤잠을 설쳤는지 몰라요. 소풍 가기 전날 흥분되는 그런 기분 이었어요.” 그는 전날 거울보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가십시오’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실제로 첫날 오전 9~오후 4시까지 그가 한 일은 고객에게 인사를 하고 문 열어 주는 일뿐이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서있었던 탓인지 다리도 퉁퉁 붓고 목도 칼칼하게 아파왔다. 생각처럼 만만치만은 않았던 것.

하루가 지나니 자리 안내와 가방, 코트를 받아 걸어두는 일, 음료수와 잡지를 갖다 주는 일 등이 추가됐고 컵 닦기와 바닥 쓸기까지도 그의 몫이 됐다. 멘토 선생님은 4주째 말없이 묵묵히 일을 해내는 그가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런 소희에게 ‘예쁜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준 김 실장은 가끔 그의 도우미역을 시키기도 한다. 파마를 말 때 옆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집어 주는 조수 역할을 하는 것.

그 옆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 “처음 보는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법과 대화중에도 꼼꼼하게 머리를 만지는 법, 고객이 최고의 서비스를 받은 느낌이 나도록 자질구레한 것까지 신경 쓰는 것 등 이지요. 이런 것들은 학원에서 이론으로는 배울 수 없는 부분들이거든요.” 그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모든 상황들을 머리 속에 꼼꼼히 새겨둔다.

실제 업소에서의 경험이 다르긴 달랐다. 막연하게 꿈꿔왔을 때와는 달리 경험을 하니 목표가 확실히 졌고 비로소 앞이 보이는 듯 했다. 필기 자격증만 딴 소희양의 내년 목표는 실기 자격증 취득과 미용 전문대학 입학. 게으름을 피우며 미뤄 왔던 계획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칭찬을 들을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6살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배워 선수가 꿈이었던 유주성군은 발과 어깨부상 후 삶의 방향을 틀었다. 전문적인 일을 배워 사업을 하고 싶었던 그는 5개월 전 제빵ㆍ제과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제빵 학원을 석달 다닌 덕에 단팥빵과 소보루 정도는 자기 손으로 만들 수 있게는 됐다. 그러나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빵 운반과 빵 위에 장식 뿌리기, 청소, 굽기 등 소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는 중이다.

“제일 힘든 부분은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이니까 다리와 발이 많이 아프지요.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보고 싶던 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으니 마음이 항상 즐겁지요.” 과연 이 길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그에게 이번 인턴쉽은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자신감까지 얻은 주성군은 호텔 경영 및 제빵사를 미래의 자기 모습으로 정했다.

“공부 못 하면 무조건 무시하는 일부 선생님들, 안 되는 것 투성인 학교 규제들 때문에 학교 다니는 것이 참 스트레스였습니다.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 한다고 해서 사회에도 적응을 못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개개인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해 일찍부터 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배우니 요즘은 정말 행복합니다. 부지런히 배워서 하루 빨리 꿈을 이루고 싶어요.”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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