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 훈민정음 해례본, 세한도, 윤두서 초상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을 기념해 선보이는 귀중한 유물들이다. 여기에는 박물관이 좀처럼 모습을 공개하지 않던 비장품과, 전국의 공사립 박물관 및 개인 소장품 등이 포함돼 있다. 처음 공개되는 것도 적지 않다.
이렇게 빌리거나 차출한 유물을 포함하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유물은 국보 59건, 보물 79건이나 된다. 단일 규모로는 가장 많은 지정 문화재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계자는 “규모에 걸맞게 전시의 내용과 질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 외부 유물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는 11년 만에 서울로 올라왔다. 다리 하나를 들고 있는 용이 갓 피어나려는 연꽃 봉오리를 입으로 받치고 있는 형상으로, 꼭대기에는 봉황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서울행에는 백제 석비인 사택지적비가 동행한다. 머리 장식 관식(국보 155호)과 다리(多利)라는 백제 장인의 명문이 있는 은제 팔찌(국보 160호)는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왔다.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과 전남 해남의 해남 윤씨 고택에 있던 윤두서 자화상(국보 240호) 역시 명품 중의 명품으로 어려운 바깥 나들이를 했다.
손창근씨가 소장하고 있는 세한도(국보 180호)는 추사 김정희가 그린 조선 문인화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로 총길이 10여 미터의 두루마기 그림 전체가 전시된다. 추사의 또 다른 그림 묵란도도 함께 선보인다.
삼성출판박물관 소장 이승휴의 제왕운기(보물 1091호), 해남 윤씨 종택 소장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보물 482호), 동아대 박물관 소장 심지백 개국원종공신록권(국보 69호)도 용산으로 모인다.
아산 현충사에 있는 이순신 장군 장검(보물 326호), 전남 구례 화엄사의 화엄석경(보물 1040호), 국립경주박물관의 감은사 동탑 사리갖춤, 김정희가 쓴 해인사 중건 상량문 등은 소장처 이외의 곳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명품들이다.
불화실에는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이 보낸 수월관음보살상 2점이 전시된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14세기 고려 불화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 첫 공개
강원 춘천시 천전리 유물은 화살대에 화살촉이 장착된 상태로는 국내에서 처음 출토됐는데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이번에 첫 공개된다. 청동기 화살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가야실의 갑옷 틀은 경북 경산시 임당 유적에서 나온 것으로 삼국 시대 사람들이 갑옷을 만들 때 사용한 나무 틀이다. 이 역시 장기간 보존 처리를 거쳐 처음 공개된다.
‘여러 신들’ 불화(불교회화실), 소상팔경무늬연적 오리모양연적(이상 도자공예실), 향완(금속공예실) 등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한 유물들로 역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가운데 소상팔경무늬 연적은 이미 보물 1329호로 지정됐으며 오리 모양 연적도 명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 박물관의 비장품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유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은 국보 126호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특별전 등의 형식을 통해 과거 몇 차례, 그것도 짧은 기간 공개됐었다.
이번에도 보존 문제 때문에 잠깐 동안만 모습을 드러낸 뒤 곧 퇴장할 예정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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