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시장에서 화가 났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시장에서 화가 났다

입력
2005.10.26 00:00
0 0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과 기생충 알이 검출되자 무와 배추 값이 또 한 차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농협에서 우리 농산물만 취급하는 대형 시장에 아내를 따라 갔더니 무 하나가 2,000원 넘게 팔리고 배추 하나가 3,4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기생충 파동이 있기 전보다 배는 비싸진 것 같다. 내 얼굴이 한순간 굳어지자 아내는 순진하게 무 값 배추 값이 비싸지면 당신이 좋아하는 농민들한테도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청소년기에 나도 대관령 올라가 배추농사를 지어봤다. 산지에서는 무 배추가 이미 두어 달 전에 모두 밭떼기로 서울 상인들에게 팔렸다.

그래서 한 때의 어린 농군으로 말할 수 없이 화가 나는 것이다. 평생 보습 한번 잡아본 적 없고, 배추 모종을 낼 땐 호미 한 번 잡아보지 않은 것들이 해마다 농민들에겐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씨앗 값과 작업대만 주고 밭에서 나는 모든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 가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화가 나지만, 도시 곳곳에 대형 마트까지 운영하는 농협이 왜 산지에서 도시 중간상들의 농간과 횡포를 막고 농민들의 직접 출하를 돕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도 나는 농군의 아들로 화가 난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