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수나 의원들 수나 비슷하네요.”
여야가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을 벌이던 25일 오후,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만난 국회 경위가 웃으며 던진 말이다. 의원 수 56명, 방청객 수 49명…. 그 시각 본회의장에서는 윤광웅 국방장관과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국방개혁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여야는 이날 내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현대의 대북사업, 대북 전력지원 문제 등을 놓고 논전을 벌였다. 국무위원들이 “별 꼴 다 본다”(이 총리), “근거없는 유언비어”(정 장관)라는 답변을 할 때면 한나라당 의석에서 고함이 터져나왔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작전권 환수는 무력적화통일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방호 의원), “대연정은 연방제의 사전 희석용”(안상수 의원)이라고 주장할 때면 어김없이 열린우리당 의석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전 같으면 최소한 논평 공방이라도 있었을 법한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다들 마음은 콩 밭에 가 있는데 뭘…. 야유 한번 했으면 됐지”라고 말했다. 일부는 재선거 지역에 가느라 자리를 비웠고, 일부는 대충하자는 나태함에 빠진 것이다.
상황은 전날도 비슷했다. 강정구 교수 파문의 한 당사자인 천정배 법무장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체성 공방을 벌이던 그 시각에도 의석은 텅 비어 있었다.
“국가정체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한나라당도, “수구 냉전적 사고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개탄하던 우리당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회의장을 지켜본 국민이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 하루종일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 사기꾼들아”라고 외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정대 정치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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