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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100주년 국민훈장 동백장 김형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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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100주년 국민훈장 동백장 김형옥씨

입력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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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까 나이 먹는 것도 잊어버렸어.”

24년 9개월 동안 무려 1만 5,263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공로로, 27일 대한적십자사 100주년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김형옥(75)씨는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26일 오후 인터뷰 직전에도 동갑내기 독거노인을 돌봐주다가 왔다는 김씨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기쁨 때문에 천천히 늙는 것 같다”며 “사랑을 베풀면 그 사랑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교사직에서 물러나 집안일을 돌보던 지난 1981년. 교사시절 불우한 학생들을 보며 가슴 아팠던 기억이 그를 수원적십자사 부녀봉사회로 이끌었다.

처음엔 군부대나 요양시설을 방문해 김치를 담가주고 청소를 하는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나 1982년 연탄가스 중독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가장을 돕자니 돈이 필요했다.

김씨는 궁리 끝에 부녀봉사회원들과 함께 참기름, 액젓 등을 들고 방문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엔 잘 될까 걱정했지만 적지 않은 수익을 남겨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도 줄 수 있었다.

자신감을 얻은 김씨는 이후 무료급식, 목욕봉사, 이산상봉 지원 등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앞장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김씨가 가장 보람 있었던 봉사활동으로 기억하는 것은 1987부터 시작한 장애인 특수학급 학생들과의 운동회다. 평소 교실에서만 지내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즐거워하던 모습을 김씨는 잊지 못하고 있다.

수해현장 같은 곳에서 밤을 새우며 봉사활동 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런 곳에서 노란색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고 있을 때 가장 힘이 솟는다”며 “사람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3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씨는 “항상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니 외롭지 않다”며 “남는 시간을 주체 못 하는 다른 노인들보다 내가 행복한 편”이라며 웃었다.

며칠 후 있을 시각장애인 걷기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서둘러 인터뷰를 마치려는 김씨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봉사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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