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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의 젊은이 희생” 침묵의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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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의 젊은이 희생” 침묵의 워싱턴

입력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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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장에서 희생된 미군이 2,000명을 넘어선 25일 워싱턴은 침묵에 휩싸였다. 미국 상원은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올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떨어진 장병들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최선의 길은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미 국민은 이날 2,000이라는 숫자를 체념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작년 9월 미군 희생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미국 정가는 쑥대밭이 됐다. 마침 대통령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왜 무고한 미국 젊은이들이 이역만리에서 죽어가야 하느냐”는 분노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선거판의 흐름을 바꿔놓을 듯 했다.

하지만 1년 여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1,000명의 젊은이를 떠나보낸 이날 워싱턴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시위를 준비하는 반전단체의 부산한 움직임만 아니라면 작년의 격한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언론들은 2,000명이란 희생자 수는 3,000, 4,000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에 불과하다는 식의 비관적 기사를 쏟아냈다. 부시 대통령의 대책 없는 전쟁론을 성토하고, 동시에 아직도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눈물과 분노를 아껴야 한다는 체념과 비아냥거리는 시각이 담겨 있다.

몇 가지 면에서 먼저 희생된 1,000명과 나중의 1,000명은 다르다. 희생자가 처음 1,000명에 이르기까지는 전쟁 발발 후 18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그 후 2,000명이 되는 데는 1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이 그만큼 조직화하고 치명적으로 변했다는 뜻이다. 이 때 희생된 1,000명 중 절반 이상은 저항세력의 정교한 고성능 폭탄에 목숨을 잃었다. 이대로라면 희생되는 숫자의 가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 틀림없다.

백인이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희생자는 1,000명 중 4분의 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이었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심리적 충격을 배가하기 위해 저항세력이 백인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면 억측일까. 해병대원들의 희생도 유난히 컸다.

이라크 파병 미군 중 해병대 규모는 20%에도 미치지 않았으나 이들의 희생은 1,000명의 3분의 1을 넘었다. 13만명이 넘는 이라크 주둔 미군 중 실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병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해병들은 죽음으로 증언하고 있다.

이라크 선관위는 이날 헌법안 국민투표가 가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 힘들다. 오히려 헌법안 통과가 내전이라는 죽음의 문을 연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수니파는 가결 선포 직후 “투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됐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과도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의회 구성 후 다시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종파 간 화합으로 이행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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