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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이문열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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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이문열 선생님께

입력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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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선생님! 몇 개월 전 건강을 상하셨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고 걱정했습니다만, 건강은 어떠신지요? 제 선의가 이 선생님께 온전히 받아들여질지 자신은 없습니다만, 이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지난 9월 “사람들은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싫어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아니라 노사모일 뿐입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 선생님의 책에 대한 ‘장례식 사건’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독일에서도 이 선생님은 또 그 사건을 언급하셨더군요.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盧정권 비판후 모욕당한 경험

저는 이 선생님을 위로하기보다는 이 선생님께서 하고 계시는 한 가지 오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오해를 푸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 선생님은 그 사건을 비롯하여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선생님에 대한 비난의 이유를 자신이 ‘보수반동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더군요. 저는 그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선생님은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강한 필력은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지요. 저는 이 선생님이 ‘이념’의 문제를 넘어서 그 점에 대해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선생님이 상처받기 이전에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살펴 주시라는 뜻입니다.

저는 2003년부터 한동안 노 대통령이 추진했던 민주당 분당에 반대하면서 노 대통령을 비판했었습니다. 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이 쏟아지더군요. 제 책에 대한 모욕적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간 제 책을 열심히 읽은 게 억울해 제 책을 찢어 쓰레기통에 내던졌다는 등, 과거 이 선생님이 애독자들로부터 당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지요. 저는 그들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모욕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저와 이 선생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선생님은 전투적인 자세를 보이셨고 저는 침묵으로 버텼습니다. 제가 이 선생님처럼 대응했더라면 저도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릅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기질’의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보기 쉽다는 거지요.

저는 노 정권의 가장 큰 문제도 이념과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라고 봅니다. 국정 운영을 책임진 위치에 올랐으면서도 여전히 ‘아웃사이더 기질’로 자기 정당성 확인에만 집착하는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는 거지요.

●해프닝 으로 알고 마음 편하게

이 선생님! 저는 저를 비난했던 젊은이들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해프닝으로 가볍게 여깁니다. 이 선생님은 제가 그들의 리더 노릇을 한다고 책에서 저를 겨냥해 비판하신 적도 있지만, 저는 ‘나 홀로 체질’이랍니다. 저는 리더 노릇 자체를 몹시 싫어해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에서 도망 다니느라 바빴지요.

선동의 무대라 할 인터넷엔 아예 들어가질 않습니다. 활자 매체에 쓰는 글로 선동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신다면, 그건 이 선생님도 해 오신 일일 수 있다는 형평성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아날로그 문화’와 ‘디지털 문화’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 ‘해프닝’을 ‘음모’로 여기지 않으시면 좋겠다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 선생님이 노사모를 비롯해 선생님을 비난했던 젊은이들을 과대평가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을 갖고 사시길 바랍니다. 저는 노 정권 비판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가끔 보수세력 비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성찰과 포용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정신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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