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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중년 여배우의 유쾌한 자아 찾기 '빙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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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중년 여배우의 유쾌한 자아 찾기 '빙 줄리아'

입력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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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의욕을 잃고 남편 마이클(제레미 아이언스)에게 짜증만 내는 중년여성 줄리아(아네트 베닝). 아들 뻘인 청년 톰과 눈이 맞아 침대 위를 뒹구는 그는 영락없는 ‘위기의 여자’다. 하지만 줄리아의 ‘이중생활’은 삶의 무의미함 때문에 ‘욕망의 덫’에 걸린 여느 중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1930년대 런던 연극계를 주름잡는 스타배우 줄리아는 연하남과의 풋풋한 로맨스를 에너지 삼아 연기 열정을 무대에서 발산하고 소진한다. 극장을 운영하는 남편은 흥행을 위해 아내의 불륜에 눈 감는다. 대학생 아들은 연극과 일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에 불만이 많지만 모른 척 한다.

톰은 열 네 살 때부터 줄리아를 흠모해 결국 품에 안지만, 젊고 아리따운 배우 지망생 에비스에 양다리를 걸친다. 마이클은 아내의 모든 단점을 포용하는 척 하면서 에비스와 육체 관계를 맺는다.

일견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의 복잡한 애정의 사슬 관계에 집중하며 배신과 보복이 잇따르는 통속극의 외형을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줄리아의 자아 찾기에 있고 그 과정은 오히려 유쾌하고 경쾌하다.

제목 ‘빙 줄리아’(줄리아 되기ㆍBeing Julia)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줄리아는 자신을 길러내고 세상을 떠난 연출가 지미 랭톤이 남긴 ‘오직 극장만이 현실’이라는 말에 짓눌려 산다. 무대와 현실의 삶이 그대로 겹치는 ‘줄리아가 되기’ 위해 그는 일탈을 일상처럼 당연히 받아들인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실체를 파악한 후 무대 밖의 정체성을 찾아 나설 때 줄리아는 진정한 ‘줄리아 되기’를 시도한다.

서머셋 모옴의 소설 ‘극장’(Theatre)을 옮겼다. 아네트 베닝은 얼굴에 패인 주름의 깊이만큼이나 연륜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배역 속을 파고 들며 ‘줄리아 되기’에 성공한 그는 올해 골든글로브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메피스토’(1981) ‘레들 대령’(1985) ‘엠마와 부베의 사랑’(1992)의 헝가리 감독 이스트반 자보가 녹슬지 않은 연출력을 과시한다. 27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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