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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1세대 '제왕적 경영' 따라하다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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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1세대 '제왕적 경영' 따라하다 추락

입력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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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업계가 잇따른 분식 회계 파문으로 술렁이고 있다. 문제가 된 기업들은 모두 1990년대 코스닥 붐을 일으켰던 벤처 1세대들로, 소위 ‘벤처 스타’ 출신의 경영인들이 회사를 장악해 왔다. 업계는 이들 벤처 창업자의 ‘제왕적 경영’이 분식 회계라는 도덕적 불감증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커스는 2000년과 2001년 회사가 흑자를 낸 것처럼 매출을 과도하게 늘려 발표하는 분식 회계를 했다. 로커스는 “올 상반기 재무제표 상의 단기금융상품 가운데 530억원 상당이 기업어음과 양도성 예금”이라며 분식 회계를 인정했다. 로커스는 현재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거래소는 관계기관 회계감리 등을 통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로커스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로커스는 90년 김형순 사장이 창업한 대표적 1세대 벤처다. 기업의 콜센터 구축 사업을 주로 해왔으며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2000년에는 824억원의 매출을 냈다. 그러나 코스닥 거품이 꺼지면서 매출과 주가가 동반 추락하자 분식 회계가 시작됐다. 로커스는 2002년 지주 회사로 개편하고 주력 사업을 계열사로 분리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결국 옛 영광을 재현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발생한 터보테크 분식 회계와 매우 유사하다. 터보테크와 로커스의 분식 회계는 모두 시중 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형순 로커스 사장과 장흥순 터보테크 전 회장은 각각 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회장을 역임하는 등 회사 경영 못지않게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 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장흥순씨는 이미 7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책임을 지고 벤처기업협회장과 터보테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증자로 자산을 불린 벤처 기업들이 돈이 부족해지자 장부상에서 돈이 남아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식 회계가 벤처 비리의 전형적 형태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벤처 1세대 창업자들의 잘못된 경영 마인드가 문제”라고 말했다.

스스로 창업한 회사가 주식회사로 공개되는 순간부터 ‘공공의 소유’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여전히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적 절차와 윤리적 문제를 무시한 채 회사의 자산을 내 주머니 돈인 양 움직이는 편법이 이어지고, 결국 분식 회계의 길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한 벤처 경영인은 “이는 과거 개발 연대 때 재벌 총수들의 사고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창업자의 역할은 축소돼야 한다”며 “안철수씨가 윤리적 벤처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회사가 커지면 더 이상 자기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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