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업체에 아웃소싱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한국을 중국에 이어 투자 대상국 2위로 꼽으며 우리나라에 직접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미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의 로버트 레메나르 부사장을 면담한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측은 26일 “델파이가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일부는 한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KOTRA는 또 레메나르 부사장이 “한국 부품은 품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제품 수정 요구에 대한 반응도 빠르고 가공 기술도 좋다”며 “회사 내의 많은 부서들이 한국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KOTRA는 이어 GM과 크라이슬러의 구매 담당자들도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납품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거래선 변경이 검토될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 업체들에 비해 품질의 일관성을 갖고 있는 한국의 부품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보쉬를 비롯한 42개의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투자 지역으로 50%가 중국을 꼽았고 그 다음으로 20%가 한국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4%인 31개사가 한국에 신규투자 또는 투자 증액을 고려하고 있었다.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시장규모와 성장 잠재력, 주변 시장 접근성, 숙련 노동력 및 생산성 등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시장잠재력과 인건비 면에서 한국에 비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높은 인건비와 강성 노조가 꼽혔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에 맞춰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GM에 연간 600억~700억 달러 규모의 섀시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최근 자체 설계를 통해 무게와 부품 수를 크게 줄인 알루미늄 신소재 부품을 중심으로 미국 업체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최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동장치 사업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 델파이를 대신하는 GM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각오다.
권중헌 KOTRA 해외조사팀장은 “최근 미국 빅3와 부품업체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 아웃소싱과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이 황금기를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잘 활용하면 수출증대와 투자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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