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002년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개그맨 서세원씨가 방송사 PD들에게 3,000만원을 뿌렸다는 제보 및 진술은 서씨가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직원의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1년 5~6월 서씨 회사에 근무하다 해고된 경리직원 이모(26ㆍ여)씨는 이사 하모씨가 외출한 뒤 돌아와 서씨에게 “주고 왔다”고 말하는 장면만을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3,000만원 가운데 1,200만원은 직원급여, 800만원은 영화제작비로 쓰였고 나머지 1,000만원도 통장에 재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용불량자란 이유로 3주만에 해고되자 앙심을 품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실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2년 7월 검찰이 연예기획사와 PD간 금품 커넥션 수사를 시작하자 일간지 기자에게 이 같은 목격담을 부풀려 제보했고 시민단체 대표는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씨를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입건했다. 또 제보 내용에 자신의 추측을 덧붙여 서씨를 검찰에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 이모(46)씨와 ‘서씨가 도피 도중 마카오에서 도박을 즐겼다’는 잘못된 사실을 보도한 기자 권모(40)씨를 각각 무고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씨는 6월 “하씨가 수사관의 고문에 의해 허위 진술했다”며 당시 수사관을 독직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9월에는 전 직원 이씨 등 5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2003년 4월 PD들에게 800만원을 준 혐의 및 주금 가장납입, 조세포탈 등 혐의로 서씨를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으로 서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서씨는 대법원에 상고해 재판이 계류 중이다.
경찰이 과거 검찰이 확보한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서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하씨 고문 여부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서씨는 “한 직원의 잘못된 증언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데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경찰수사를 계기로 고문 여부 등 검찰 수사 과정상의 잘못된 부분들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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