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반전이냐, 치욕스런 몰락이냐.’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이 기로에 섰다. 무대는 26일 아마와 프로를 통틀어 국내 최강팀을 가리는 FA컵의 32강전 수원 시청과의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리는 이날 경기는 ‘수원 더비’(연고지가 같은 팀끼리의 대결)라는 점을 넘어 위기의 차 감독이 FA컵을 통해 부활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올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차 감독은 현재 FA컵만이라도 건지겠다며 이 대회에 올인을 선언할 만큼 다급한 처지에 몰려 있다.
수원은 올초 한ㆍ중ㆍ일 3개국 클럽챔피언 대회인 A3대회 및 삼성하우젠 컵대회 우승컵을 잇따라 차지했으나 5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탈락을 계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K리그 전ㆍ후 기 리그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났고, 플레이오프 진출도 좌절됐다.
사실 수원의 부진은 전관왕 우승을 노린 차 감독의 욕심이 자초한 면이 크다. 컵대회와 AFC리그의 일정이 겹치면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선수들이 지쳤고, 스트라이커 나드손을 비롯해 김남일 송종국 등 부상자가 속출해 베스트11조차 꾸리기 힘든 상황이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수원이 23일 라이벌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자 팀 서포터스인 그랑 블루까지 들고 일어나 선수단의 퇴근을 막고 차 감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서포터스들은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는 무기력한 플레이 등 ‘뻥 축구’의 문제점과 실속없는 트레이딩에 따른 팀전력 약화를 강하게 따졌다.
이에 대해 차 감독은 “공교롭게 미드필더들만 다치는 바람에 그 동안 중원에서의 세밀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선수 트레이드에서도 부분적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번 FA컵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올 초에 비해 공ㆍ수 양면에서 전력이 크게 약해진 수원으로서는 첫 상대인 올 K2리그 우승팀인 수원시청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차 감독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된다.
한편 26일 32강전을 시작으로 전국 11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FA컵은 프로 13개팀과 K2리그 10개팀, 대학 8개팀, 순수 아마추어팀 봉신클럽 등 총 32개팀이 12월17일까지 50여일간 우승컵을 향해 대장정에 들어간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