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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현대 갈등 봉합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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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현대 갈등 봉합수순 밟나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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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문제로 3개월여동안 대립해왔던 현대그룹과 북한간의 갈등이 사실상 봉합 수순을 밟게 됐다.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25일 현대측에 금강산 관광 사업을 협의하자고 제의한 것은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대가 8월19일 김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직을 박탈하자 이에 항의, 일방적으로 9월부터 금강산 관광객 수를 하루 600명으로 축소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약속한 개성과 백두산 관광에 대해서도 다른 사업자를 찾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더욱이 20일에는 아태평화위 명의의 담화를 통해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러던 북한이 현대에 협의를 제의한 것은 김 전 부회장마저 “현대외의 다른 기업에서 대북사업을 할 수 없다”며 현대를 두둔하고 나선 상황에서 더 이상 현대를 압박할 경우 남측의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최근 개성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롯데관광에 대해 사업승인을 해줄 수 없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을 인정함에 따라 남한 내 다른 파트너를 찾기도 쉽지 않은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남측의 대북 비난여론을 등에 업은 현대그룹이 정공법으로 나갈 경우 북한이 5억 달러를 받고 현대와 맺은 7대사업 독점권을 깨기는 힘들 것”이라며 “김 전 부회장이 귀국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접점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그룹은 일단 북한의 제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대 관계자는 “북한이 20일 담화 말미에 ‘현대에게도 앞날은 있고 길은 있다’고 표현한 것은 협상을 하겠다는 데 비중을 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 회장과 이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오해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대측은 북한측 인사들과 만나면 김 전 부회장 문제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주안점을 두고 김 전 부회장 문제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측이 명분을 살리기 위해 김 전 부회장 문제를 모양새 있게 처리해줄 것을 요구할 경우, 김 전 부회장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 인지가 관심거리다.

이번 북한의 제의가 금강산 문제에 국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성수기를 맞은 금강산 관광의 관광객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바람에 북한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번 제의는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볼 때 북한은 개성이나 백두산 관광의 경우 다른 기업을 찾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결국 개성과 백두산 관광 문제는 현대가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풀어내야 할 최대 숙제로 남게 된 셈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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