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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골프와 법치사회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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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희 선수가 처음 데뷔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는 한국 낭자들의 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서 프로로 전향한 16세의 미셀 위(위성미)에게 미국인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녀의 국적이 미국이기 때문일 게다.

우리 역시 그녀가 한국계라는 이유로 찬사를 보내지만, 프로 데뷔 첫 대회에서 4위의 성적을 기록하고도 그만 실격당하고 말았다. 단 한 번이지만,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골프는 에티켓을 중시한다. 규칙이 엄격하면서도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심판이 따로 없다. 경기자가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스코어를 직접 기록하며, 규칙 위반 사실을 포함해 경기 내용을 이실직고해야 한다. 그래서 골프는 신사 숙녀의 게임이라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직접 즐길 수 있고, 공 장갑 신 외에 14개나 되는 채를 사용하는 것도 골프의 특징이다.

양치기가 이리를 쫓으려고 막대기로 돌을 쳐 날려 보낸 것이 골프의 기원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골프는 가장 미국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전 홀의 성적이 가장 좋은 경기자가 먼저 티샷을 하고 프로 경기에서는 우승자가 총상금의 상당 부분을 독차지한다. 전 세계 4만여 개 골프장의 절반 정도가 미국에 있다.

일본은 2,500개 정도다. 국내엔 겨우 200개 정도가 운영 중이다. 골프를 아직 ‘사치’로 보는 풍조이지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게 비용이 비싼 근본 원인이다. 골퍼는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국민체육기금 특별소비세 부가가치세도 듬뿍 낸다.

국내 골퍼는 이미 300만 명을 넘고, 연간 내장객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보다 비용이 싼 외국으로 나가는 골퍼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 기회에 전국의 모든 골프장에 소규모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부설토록 하고 비용을 줄여주면 어떨까?

언젠가 수해지역 부근의 골프장이 국민정서에 밀려 문을 닫은 일이 있지만, 당시 정말로 고통을 당한 것은 골퍼가 아니었다. 언론 매체는 캐디를 비롯해 골프장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들을 보지 못했다. 이제는 골프장의 경제성도 보아야 할 때다.

지금은 우리 대통령과 국무총리도 골프를 즐긴다는 소식이다. 이제 아마추어 골퍼들이 모두 프로 정신을 발휘해 골프 규칙뿐 아니라 사회의 법을 엄격히 지키는 풍토를 조성한다면, 법의 정의가 바로 서고 법이 지배하는 선진사회의 도래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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