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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뒤늦게 배운 세상 물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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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뒤늦게 배운 세상 물리 하나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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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정이나 병에 든 커피 말고도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마실 수 있는 일회용 커피 몇 봉지씩 가지고 있다. 우리집에도 있고, 아버지 어머니만 사시는 시골집에도 틈틈이 며느리들이 사다 놓은 일회용 커피가 쌓여 있다. 동네 사람들이 놀러 왔을 때, 또 단체로 놀러 갈 때 그것보다 간편한 것이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일회용 커피에 7, 8, 9, 10, 하는 숫자가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대체 이 숫자들은 무슨 의미일까, 볼 때마다 궁금해 하면서도 또 커피 한잔을 마시는 동안 이내 잊어버리곤 했다.

의미 없이 써놓은 숫자는 아닐 테고, 커피 봉지에 써놓은 숫자이니까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커피가 조금 더 진한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추측했고, 아내의 추측은 커피의 양보다 설탕의 양이 많고 적음을 숫자로 표시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둘 다 틀렸다. 커피 봉지에 숫자가 쓰여 있는 것은 커피 제조기의 고유번호인데, 커피 제조시 불량제품을 손쉽게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리가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세상 물리는 그 작은 봉지 한 귀퉁이에 암호처럼 쓰여 있는 숫자 속에도 들어 있는 것이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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