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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연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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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연탄은행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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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연탄시인’ 안도현의 자취시절 그를 키운 건 한 장의 연탄이었다. “밥과 국과 라면을 끓였고, 양말과 운동화를 말렸고, 양은찜통에다 밤새 물을 데워 아침에 머리를 감았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연탄은 악몽으로 남아있다.

1970년대 수배당시 부인과 아들이 연탄가스에 기절한 것을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을 찾았던 친구들이 발견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가수 김건모는 몇 년 전 앨범 재킷에 자신의 사진대신 연탄 사진을 실어 화제가 됐다. 연탄은 다 타고 나서야 자신에 대해 깨닫는다는 변(辨)과 함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연탄이 다시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유가와 경기침체 영향이다. 매년 110만 톤에 불과했던 연탄 소비가 올해 162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연탄을 때는 가구는 아직도 19만 가구나 된다. 추위와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연탄은 희망과 온기를 주는 소중한 존재다. 현재 연탄판매가격은 655원. 이중 소비자는 300원만 부담하고 355원은 정부가 보조한다. 매년 1,000억원씩 발생하는 부담을 줄이려고 정부는 얼마 전 연탄가격을 인상하려다 원성만 높아졌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기를 나눠주는 ‘사랑의 연탄은행’이 일제히 문을 열고 내년 4월30일까지 운영에 들어갔다. 연탄은행은 3년 전 복지운동 단체인 원주 밥상공동체에 한 후원자가 연탄 1,000장을 기부한 게 계기가 됐다.

복지사업을 하던 허기복 목사는 기부 받은 연탄 처리를 고민하다 빈곤층이 모여 사는 지역에 연탄은행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필요할 때면 아무때나 이 곳에 와 연탄을 갖고 갈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자원 봉사자들이 한 달에 100장씩 배달해 준다.

▦연탄은행의 좋은 뜻이 알려지면서 후원자가 늘어 현재까지 서울 부산 등 11곳에 개설됐다. 연말까지 대전과 부천, 목포 등에도 추가로 문을 열고, 올 겨울 60만장의 연탄을 전해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 개설을 요구하는 지역이 많지만 지원자금과 배달인력 부족으로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네댓 장의 연탄이면 가난한 이웃들의 구들장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 후원계좌는 농협 209-01-570061(예금주:원주밥상공동체)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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