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은 25일 안기부 ‘X파일’ 유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재미동포 박인회씨가 녹취록을 들고 찾아왔을 때 태연한 척 했지만 내심 언론 등 외부에 알려질까 걱정돼 당시 국가정보원 이건모 감찰실장에게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장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녹취록을 건성으로 2,3장 들춰보고 지난 세풍 수사 때 이미 알려진 것이며 방송이나 주요 일간지에서는 다루지 못할 수준의 것이라고 박씨에게 말했다”며 “관심을 갖는 척 하면 안 될 것 같아 태연한 척 했지만 내심 걱정되고 불안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또 “불법 입수한 국가기관 자료를 돈 주고 사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재차 협박해올 것 같아 알고 지내던 국정원 이 실장에게 신고했다”면서 “이후 박씨가 대가로 토목공사 수주권을 요구했을 때 두 번째로 신고했고 이 실장은 테이프를 회수해 다 해결됐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검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사건을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냐”는 장 부장판사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박씨의 협박 사실은 물론 도청테이프의 내용도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홍석현 전 주미대사에게 일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 관계자가 미행해 왔다”는 박씨의 주장에는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박씨 변호인은 이에 대해 당시 삼성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서 “삼성구조본부가 미행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미국 방문 때 이건희 회장과 만났다고 밝혔지만 귀국 시기나 병세ㆍ근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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