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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정치논평] 국민중심당? 지역중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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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정치논평] 국민중심당? 지역중심당?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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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표현대로 시인은 제비를 보고 봄이 온 것을 안다. 반면에 한국 정치를 연구하는 정치학자들은 철새 정치인들이 생겨나고 신당이 뜨는 것을 보고서 선거철이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

신당이 뜨는 것을 보니 이제 내년 지방자치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충청을 기반으로 한 신당, 즉 중부지역 신당을 추진해온 심대평 충남지사와 자민련 출신의 무소속 류근찬, 정진석 의원 등이 지난 14일 가칭 ‘국민중심당’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창당을 선언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중부 신당 이야기만 나오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처음으로 중부지역 신당 추진이 언론에 소개됐을 때 ‘중부지역 신당 추진’이라는 제목을 보고 1992년 대선 직전에 터졌던 조선노동당의 지부인 중부지역당 사건을 연상해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중부지역당이라는 지하당을 재건한다는 이야기인가”하고 놀랐다가 기사를 자세히 읽고서야 그것이 충청을 중심으로 한 지역 정당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선거철 알리는 신당 출현

문제의 그 정당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심 지사는 창당 취지문에서 “우리 국민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대결의 정치,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쟁 등 구태 정치에 지쳐있다”며 새 정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선진 시장경제체제를 국가의 근본 가치로 설정하고 좌ㆍ우, 보ㆍ혁의 이념 굴레에서 벗어나 실사구시의 생활 정치를 실현하는 국민제일주의 노선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국민중심당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이 이념 논쟁을 넘어서 국민의 구체적인 삶을 제일 중시하는 실사구시의 생활정치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뜻이다.

최근의 강정구 교수 파문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된 정치권이 날로 심화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 등 구체적인 국민의 삶의 문제들은 제쳐놓고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이념 논쟁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당 취지문에 공감이 가는 바가 적지 않다.

또 아직도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중부권 신당이 내년 지방자치선거에서 충청권에서 승리함으로써 1995년 김영삼 정권의 정계은퇴 압력에 반발해 민자당을 탈당, 자민련을 만들어 충청권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재기에 성공했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신화를 재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신당이 일부에서 거론되어 온 것처럼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하는 데 성공하고 민주당과 연대해 충청과 호남 간 제2의 DJP 연합을 결성하는 경우 다음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뭐라고 해도 중부권 신당의 출범은 우리가 나가야 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반역사적 사건이다.

중도 실용 정당 운운하지만,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의 이념과 정책 노선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한국 정치에 비슷한 색깔의 또 다른 정당은 필요하지 않다.

●충청중심당이 더 어울려

그리고 이제 한국 정치에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또 다른 지역 정당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해, 가칭이기는 하지만 새 정당의 당명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중심당이라고 하는데 전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지금 이 시점에서 충청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 정당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절대다수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창당 인사들의 사고가 정말 당명처럼 국민 중심적이라면 창당을 취소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신당은 충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역당이라는 점에서 ‘국민중심당’이 아니라 ‘지역중심당’이라고 해야 맞는 작명이 아닌가? 보다 노골적으로 ‘충청중심당’도 괜찮은 당명이다. 그 이름이 충청지역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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