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A교육청은 요즘 교사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가려받고 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명퇴신청=접수’가 당연 시 됐지만,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명퇴신청을 냈다가 퇴짜를 맞은 이모(53) 교사는 “A교육청으로부터 ‘명퇴금이 부족해 선별적으로 신청을 받았으니 이해해달라’는 답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B교육청 C 교육감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면 계획 자체를 보류하거나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B교육청 관계자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학교 신ㆍ증축과 교원 인건비 지급 등에 쓰이는 시ㆍ도교육청 지방교육재정이 파산 상태이다. 재정적자 규모가 무려 3조원에 육박, 시ㆍ도교육청들이 빚더미에 몰리자 교육인적자원부는 24일 긴급 시ㆍ도 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재정확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10월 현재 16개 시ㆍ도교육청의 재정적자 규모는 총 2조9,990억6,800만원. 지난해말 1조7,044억원에 비해 1년 사이에 적자폭이 무려 1조2,000억원 이상 늘었다. 시ㆍ도교육청 중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1조386억원으로 가장 많은 적자가 났다.
천문학적인 교육재정 적자는 세수 감소가 주원인이다. 경기 침체와 특소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교육재정에 투입됐어야 할 교육세 및 내국세 1조1,285억원이 걷히지 않았다.
시ㆍ도교육청의 방만한 예산운영도 적자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예상하지 않고 무리하게 학교를 신설하거나 각종 선심성 교육 관련 사업에 돈을 쏟아부어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택지개발은 학교 신설 난립을 초래, 건실한 교육재정의 발목을 잡았다.
지방교육재정에 구멍이 뚫리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저소득층 학비 지원 등 사회복지분야 예산이 줄거나 편성되지 않았고, 교육여건 개선 사업도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운영비를 삭감하는 경우까지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택지개발비 분할 상환, 소규모 학급 통ㆍ폐합 등 재정확보 대책을 시달하는 한편, 올해 3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 적자폭을 메꾸기로 했으나 성과는 미지수이다.
한편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내달 12일께 서울에서 대규모 전국 교육자대회를 열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파탄 해결을 촉구키로 해 당정의 대처가 주목된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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