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매체 환경에서 지상파만 방송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불평등 규제다.”(지상파 방송사) “지상파 독과점이 여전히 심각해 규제해야 한다.”(케이블 업계)
방송위원회가 24일 ‘지상파TV 운용시간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내놓은 ‘단계적 자율화’ 방안을 놓고 팽팽한 설전이 벌어졌다. 방송위 안의 골자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본 방송(12월1일)에 맞춰 평일 낮 시간대(낮 12~오후 4시) 방송을 연장하고, 그 결과를 종합 검토해 심야시간대(오전 1~6시) 방송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양한열 방송위 지상파부장은 “과거 지상파가 누렸던 영향력이 상당부분 감소했고 주요 선진국에도 방송시간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지상파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가 약한 규제를 풀어 시청자 복지를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TV업계는 “방송위가 매체간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기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영환 드림시티방송 대표는 “케이블업계가 급성장했다지만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 불과 2,3년 전부터이고 대부분의 PP는 아직도 적자에 허덕인다”면서 “연간 360억원으로 추정되는 지상파3사의 낮 방송 추가수익은 결국 뉴미디어에서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 필요하다면 KBS 1TV의 낮 방송부터 허용해 (시청자 복지 등) 정책의 목표가 달성됐는지 충분히 검토한 뒤 타 채널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경실련 미디어워치 모니터팀장도 “현재 종일 방송하는 주말도 낮에는 무조건 재방송으로 편성되는데 평일 낮 방송이 프로그램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의 위협적 성장을 거론하며 영업시간 늘려 당장 수익을 올리려 하기보다 특화한 메인 메뉴를 개발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석원혁 MBC 뉴미디어전략팀장은 “낮 방송에 따른 수익은 방송사당 월 6억원에 불과해 타 매체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수익추구가 아니라 지상파DMB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기원 한국광고주협회 사무국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방송시간 규제는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며 “다만 광고주들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시청률이 낮은 낮 방송 프로그램의 광고를 강매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좋은 프로그램이 방송된다면 시간 연장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러나 방송사들이 이를 계기로 중간광고 허용, 의무방송비율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려 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방송위는 11월 중 결정을 내릴 예정이지만, 이미 연내 낮 방송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안은 한정된 광고 재원의 배분과 직결된 문제여서 손실이 예상되는 케이블 등 관련 업계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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