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은행, 한 판 붙자” 보험+증권, 증권+증권… 뭉치는 비금융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은행, 한 판 붙자” 보험+증권, 증권+증권… 뭉치는 비금융권

입력
2005.10.24 00:00
0 0

거대공룡 은행에 맞서 비은행권(제2금융권)이 뭉치고 있다. 은행권이 증권 투신운용 보험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지주회사 체제를 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비은행권도 ‘증권+보험’, ‘보험+증권’, ‘증권+증권’ 등의 인수합병을 통해 금융그룹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금융업종간 칸막이가 무너지면서 공룡과 코끼리의 한 판 혈투가 시작된 셈이다.

●뭉쳐야 산다

가장 다급해진 곳은 증권사와 보험사. 펀드와 보험상품 판매에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정기예금에 주식투자를 결합한 퓨전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황금시장인 퇴직연금 설명회에도 증권 보험 등 자회사를 대동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증권, 보험사의 잇단 금융그룹화 움직임도 은행권의 영역침범에 맞서기 위한 것. 동양화재는 최근 메리츠화재로 사명을 변경하고, 메리츠증권을 인수했다. 보험사가 증권사를 통합한 사례이다. 400만명 메리츠화재 고객과 130만명 메리츠증권 고객을 통합관리하며 메리츠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미래에셋그룹의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 인수는 증권이 보험을 인수한 사례. 이로써 미래에셋은 증권ㆍ자산운용ㆍ생명보험ㆍ벤처투자ㆍ캐피탈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대형 금융그룹 체제를 갖췄다. 또 올 상반기 동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을 인수, 사명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변경하면서 증권 중심의 금융지주 체제를 갖췄다.

●전문매장과 백화점의 싸움

보험과 증권의 결합은 보험상품을 증권사에서 팔 수 있고, 보험상품에 투자 개념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다. 기신기신 연명하던 SK생명이 모기업인 미래에셋의 자산운용 능력의 강점을 내세워 변액보험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변액보험은 보험금의 일부를 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형 보험상품. 메리츠증권을 인수한 메리츠화재도 내년 8월 손보사의 변액보험 판매가 허용되고, 퇴직연금 시장이 본격화하면 ‘다크호스’로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은행의 막강한 판매채널은 증권사나 보험사에 비해 그야말로 공룡이다. 내노라하는 브랜드도 대형 백화점에 앞에서는 ‘을’(납품업자)이 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국 비은행권 금융그룹이 살아 남으려면 미래에셋처럼 투자 부문 등으로 특화할 수 밖에 없는 것.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최근 “앞으로 보험이 펀드를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 국내에서 은행과 같은 새 분야 진출은 더 이상 없다”고 한 것도 특화 전략을 강조한 대목이다.

●진퇴양난, 재벌계 금융사

금융그룹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는 재벌계 금융사들은 난감한 처지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삼성의 5개 금융계열사는 각각의 업종에서는 경쟁력이 탁월하지만, 뭉쳐 놓고 보면 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와 격돌하기에 미흡하다.

그렇다고 은행을 인수할 여건과 여론의 분위기도 아니고, 금융그룹을 삼성에서 계열 분리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만들 수도 없다. 삼성생명이 얽히고설킨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한화도 대한생명, 한화증권, 신동아화재를 동일 브랜드로 묶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한화와 대생의 3년간 상호지원금지 규정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

우리투자증권 유용주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은행을 끼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는 힘들다”며 “비은행권의 경우 특화하는 쪽은 선전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쪽은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