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4일 국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지휘로 촉발된 국가 정체성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한나라당은 “강 교수의 불구속 수사지휘는 현 정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정권의 이념을 집중 추궁했고, 열린우리당은 유신시대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연결시킨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역공을 폈다. 이해찬 총리와 천 장관도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 않는다”며 인권 논리로 이념공세를 차단했다.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곧장 “적화는 됐고 통일만 남았다는 우파 지식인의 탄식 한 마디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며 “보수 우파에서는 (강 교수 사태를) 친북 좌파가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한다”고 직공했다. 이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답변할 가치가 없다. 색깔론을 많이 이용해오지 않았나. 이제 그만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이어 “고압적 태도””오만방자한 답변”(안 의원), “의식지체””낮은 수”(이 총리) 등 감정적 표현을 불사하며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 정기국회를 파행시킨 이 총리의 ‘차떼기 당’발언 당시 이날처럼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던 두 사람은 여전히 구원이 있는 듯 했다.
이어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노 정권의 정신 나간 강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는 국면전환과 신색깔 논쟁 등 다목적 카드를 지닌 정치술수”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장윤석 의원은 “노 정권 들어 국론의 분열은 친북ㆍ반미 좌경 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심장을 위협해도 팔짱을 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정종복 의원은 “역 매카시즘의 광풍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정체성 위기론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 색깔론으로 박 대표가 대선후보 경쟁의 입지강화를 위해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호중 의원은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반대자를 용공으로 몰아서 인권을 유린했던 유신독재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독설을 퍼부었고, 우원식 의원은 “박 대표의 정체성은 무엇이냐”고 따졌다.
민병두 의원은 “인권보장이란 미래로 가는 정치세력과 유신이라는 괴물의 과거로 가는 정치세력의 차이가 앞으로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97년 대선으로 정체성에 관한 얘기는 끝났다”며 “참여정부는 헌법 대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한다”고 말했다. 천 장관도 “불구속 수사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신장을 위한 법칙”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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