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미(土雇米) 마을은 접경지역인 강원 화천군 상서면에 있는 오지 농촌이다. 주민이래야 82가구에 사는 400명 안팎이 전부이고 이중 농가는 전업과 겸업을 합쳐 40가구 남짓이다. 독특한 마을의 명칭은 그나마 군내에선 경지면적이 넓고 쌀이 많이 나 품삯을 쌀로 줬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작고 평범한 마을이 지금 ‘농촌경영’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농산물직거래로 5억원, 농촌체험관광 등으로 1억5,000만원의 소득을 올렸고 이곳을 다녀간 도시인들이 1만명을 넘었다.
▦이 마을 출신으로 농협에 근무하다 1999년 건강상의 이유로 귀농한 한상열씨가 주민 3명과 함께 ‘환경농업작목반’을 만들어 무농약 오리쌀 재배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토고미도 활기없고 가난한 여느 농촌마을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한씨 등이 ‘나눔의 농사가족’이란 이름의 도시인 회원을 모집해 견실한 오리쌀 판매망을 확보하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토고미 자연학교’를 통한 농촌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으로 ‘충성도 높은’ 도농 신뢰관계를 쌓는 작업을 6년여 동안 진행해오면서 마을모습과 주민의식은 180도 달라졌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지역경영전략연구 시리즈 1호로 이 마을을 소개한 송미령 박사는 “도농교류 하면 일회성ㆍ익명성으로 도시인 시설을 만들어 밥 팔고 방 파는 상업적 방식을 생각하지만, 토고미의 경우 농산물을 매개로 도시가족을 유치하는 ‘관계마케팅’으로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예”라고 설명한다.
소득증대의 원천은 결국 농산물 생산 및 판매라는 인식아래 쌍방향의 소통에 기반한 반복적ㆍ지속적 교류를 추진해온 결과 2001년 150호였던 ‘나눔의 농사가족’은 올 8월 현재 1,100호에 이른다. 특히 CEO 이장 등 마을경영 개념으로 일궈낸 토고미의 탄탄한 수익구조는 생각과 접근을 바꿔 만든 결실이다.
▦가을 들녘이 풍요로움 대신 한숨과 분노로 가득하다. 올해부터 추곡수매제가 폐지된데다 밥쌀용 수입쌀 시판에 따른 심리적 요인까지 겹쳐 산지 쌀값이 15%나 떨어진 까닭이다. 농민들의 볏가마 야적시위가 날로 확산되고 농민단체 대표들이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쌀협상 비준안 처리를 마냥 반대하거나 미루는 것은 농민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정치권과 정부는 대안적인 농촌ㆍ농업모델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농민을 설득해야 한다. 토고미 모델이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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