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수출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 24일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기업의 플랜트 수주액이 116억 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 수주 액인 2001년 101억3,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연간 목표 치였던 10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은 물론, 연내 26억 달러의 추가 수주가 유력해 올해 플랜트 수주 액은 총 132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들어 국내 기업들은 전에 없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는데 성공, 플랜트 호황을 이끌고 있다. SK건설이 12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원유설비 시설개선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이 10억 달러짜리 나이지리아 아그마비 해양 플랫폼(해상계류설비)을, 현대중공업이 7억 달러짜리 나이지리아 악포 해양 플랫폼을 수주했다. 해양 플랫폼이란 바다 위에 계류시설을 만들어 원유나 가스 등을 탐사, 시추, 생산하는 설비다.
플랜트 수주실적에서는 제외되지만, 해양플랫폼을 만들기 어려운 심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 띄우는 시추선 ‘드릴 쉽’의 수출도 강세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모스볼트사로부터 수주한 2척을 포함, 전세계 발주물량 4척을 모두 싹쓸이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수주목표액인 50억 달러를 이미 넘긴 56억 달러 수주 실적을 과시하고 있다.
플랜트 수출 호황에는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전개발이 전에 없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올들어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주량이 급증한 지역이 아프리카(25억달러·387% 증가)와 중동(45억달러·62% 증가)인데, 프로젝트 내용이 대부분 유전개발과 관련된 해양플랫폼이나 액화천연가스(LNG) 가공공장 등이다.
물론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고, 플랜트 수출의 수익성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막강한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플랜트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또 수익성 좋은 턴키 방식 프로젝트 수주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가 선진국형 플랜트 수출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2003~2004년 이라크전의 여파로 플랜트 수출이 위축되자 고부가가치 플랜트 분야로 구조조정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저부가가치 플랜트 수출에서 한 차원 도약한 셈이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문인력과 중소기업의 기자재 공급이 달려 더 이상 수주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업계가 전반적으로 사업 수행력을 키우고, 사업성 평가 비용 지원 등 정부의 지원이 결합된다면 국내 기업의 플랜트 수출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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