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월말에 일본을 방문한다. 이번 방일을 계기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급랭한 양국 관계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한다.
반 장관의 방일 계획은 한때 정부 안에 무성했던 ‘외교 상식’ 일탈 분위기가 가라앉는 신호탄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는 한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일 양국의 ‘왕복 정상회담’이 불발하리란 관측만도 예사롭지 않은 마당에 주인으로서 손님을 맞는 APEC 정상회의의 모양새를 이지러뜨리면서까지 대일 반감을 표하려 한다는 보도는 커다란 걱정거리였다. 다른 나라 정상들 앞에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면박을 주어 심리적 부담을 지울 수야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손님 전체’가 집단 모독을 느끼게 될 것이었다. 아무리 속이 상해도 외교를 시정잡배의 ‘자해공갈’ 수준으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강경론을 넘어 정부가 반 장관의 말처럼 “한일 간에는 여러 현안이 있지만 특정 사안 때문에 관계가 막혀서는 안 된다”는 성숙한 인식에 이르렀다. 국가 품위나 장래를 위해 여간 다행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버르장머리’ 사례에서 보듯, 권력자의 개인적 감정이나 판단이 외교를 좌우하지만 그 부담은 전적으로 국민이 지게 된다. 그래서 외교는 국내적 정치행위보다 훨씬 긴 안목에서, 열정보다는 이성에 바탕해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반 장관의 방일 결정을 외교 상식 회복의 출발점으로 보고 평가하며, 양국이 성의 있는 자세로 이 기회를 살리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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