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 있어도 마음은 하나. 우리는 진짜 쌍둥이!”
24일 경기 광주시 특전교육단에서 열린 자이툰부대 3진 교대병력 환송식에서 형 이정혁(21) 상병과 동생 이정욱 상병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 쌍둥이의 아버지 이용재(58ㆍ회사원)씨도 “매사에 같은 길을 걸어온 형제라서 전쟁터에도 함께 보내는 게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격려했다.
쌍둥이는 이라크 파병을 이심전심으로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육군 2군단 제2공병단여단의 같은 중대 같은 소대에서 전우로 동고동락하던 형제는 8월 중순께 중대 게시판에서 파병장병 모집 공고를 보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번 가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형 이정혁 상병은 ‘해외 파병은 군인이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경험’이라 생각했고, 동생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문제는 부모님의 동의서. 딸이 있지만 둘 뿐인 아들이 한꺼번에 파병을 선언하면 당연히 반대하리라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정혁 상병은 “아버지가 첫마디에 대견스럽다며 선뜻 응낙해 우리가 의아했다”고 말했다.
쌍둥이 형제는 입대할 때도 맘이 통했다. 지난해 2학기 휴학계를 낼 때만 해도 형제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기 때문에 각자의 길을 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형제 앞으로 날아온 영장은 같은 날, 그것도 논산 육군훈련소 같은 부대. 형제는 육군이 시행하고 있는 ‘형제 동반입대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마친 뒤 같은 부대로 배치 받았다.
일란성 쌍둥이로 키나 외모가 흡사해 부대원들은 다소 애를 먹었다. 이정혁 상병은 자세히 보면 자신이 동생보다 얼굴이 약간 갸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 아르빌에서도 정착하는 동안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게 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형제는 대학진학 때도 따로, 또 함께 했다. 각자 대학을 정하고 여러 군데 원서를 접수했는데 합격소식은 같은 학교에서 동시에 날아온 것. 쌍둥이 형제의 동반자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형은 제대한 뒤 다른 대학의 입시에 재도전할 계획이고, 동생은 다른 학교로의 편입을 꿈꾸고 있어 또 한번 ‘캠퍼스 쌍둥이 커플’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날 환송식을 마친 형제는 다른 장병 473명과 함께 이번 주 이라크 아르빌 자이툰부대로 떠나 현지 치안임무를 수행한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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