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법원과 검찰 수장을 모두 차지했다.”
청와대가 23일 정상명 대검차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표하자,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은 노 대통령 탄핵 변호인단으로 활동했고, 정상명 검찰총장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17회) 동기생 친목 모임인 ‘8인회’ 멤버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 인맥이 요즘 법조계에서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사시에 노 대통령과 함께 합격했거나, 지난해 노 대통령 탄핵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이 잇따라 법원, 검찰, 헌법재판소 등의 요직에 진출했다.
특히 사시 17회 동기생 중 사법연수원 시절 노 대통령과 함께 공부하고 당구, 카드 놀이 등을 하며 어울렸던 인사들의 모임인 ‘8인회’ 멤버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초 8인회 소속인 정상명씨를 법무차관으로 승진시켜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을 도와 검찰 개혁을 추진하도록 했다. ‘검찰의 꽃’이라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는 이종백씨도 8인회 멤버이다.
헌법재판소에는 열린우리당 추천을 받아 7월 임명된 조대현 헌법재판관과 서상홍 헌재 사무차장 등 8인회 회원 2명이 포진하고 있다. 김종대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 강보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등도 8인회 소속이다. 조대현 헌법재판관, 이종왕 실장과 강 변호사는 지난해 탄핵 변호를 맡을 정도로 노 대통령과 가깝다.
탄핵 변호를 맡았던 인사들의 진출도 적지 않다. 이 대법원장은 최근 노 대통령에게 3명의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했는데 탄핵 변호를 맡았던 박시환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 또 탄핵 변호인단이었던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1월 검찰ㆍ법원 개혁 방안 등을 다루는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전효숙 헌법재판관과 안대희 서울고검장, 임승관 부산고검장 등은 8인회 멤버만큼 노 대통령과 가깝지는 않지만, 고시 동기생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안 고검장은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함으로써 노 대통령과는 ‘우정과 긴장’이 교차했던 사이다. 내년에는 대법관 5명과 헌법재판과 5명도 바뀔 예정이어서 대통령 인맥의 진출이 더 늘어날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시대 흐름에 맞춰 개혁, 보수 인사들이 고루 기용되다 보니 노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사람이 많이 기용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코드 인사’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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