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국산 김치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는 데 대해 중국 정부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우리 당국자를 통해 전해지는 분위기는 ‘폭발 직전’이다.
주중한국대사관 전은숙(田銀淑)식약관은 “중국 검역총국 등이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불만을 토로한다”면서 “심지어 공식적 양국간 회의에서도 큰 소리가 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중 양국은 김치를 비롯한 중국산 식품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측은 이 자리에서 한국정부가 언론이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측 불만의 요지는 “한국정부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실 확인 없이 언론에 공개해 파장을 키웠다”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고위층들 마저 양국의 교역관계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문제를 너무 과장한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민간 업자들에게 미친 충격도 크다. 업계의 한 중국 관계자는 “김치 제조 및 수입업체의 대부분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그들이 낮은 가격대 때문에 저급 재료에 비위생적인 작업여건에서 김치를 만들어 수입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중국 산둥(山東)성과 랴오닝(遼寧)성에 주로 산재한 161개 중소 김치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문을 닫거나 수출을 중단하고 중국 내 내수로 전환했다.
베이징에서 H김치 제조업을 하는 강은순(40)씨는 최근 김치 한국 수출을 접었다. 그는 여름에 내 몽고산, 최근에는 베이징(北京)산 배추를 구입해 김치를 담가 1톤에 CIF가격으로 450~500달러씩 한국으로 수출 했는데 납 김치 파동이 난 후 주문도 없고 물의가 생길까 봐 내수로 전환했다.
강씨는 수출할 때 중국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에서 심사를 받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유기농 채소라 기생충 알이 있을 수 있지만 발효되면 문제가 없다”며 “‘한국 김치업자 살리기’로 국민들만 비싼 김치를 먹게 됐다”라고 불평했다.
중국인 주(周)모씨는 2003년 사스 파동 이후 김치를 자주 먹었으나 최근 납이나 기생충 알까지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김치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보도로 중국인들도 자국산 김치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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