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한 고위전략회의를 갖고 필수불가결한 외교적 교섭은 정상적으로 수행하되 선택적 외교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24일 전했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이날 반기문 장관이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무성 장관의 초청으로 27일부터 29일까지 방일, 마치무라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유로 반 장관의 방일을 취소한 지 일주일 만에 방침을 바꾼 것이어서 ‘무원칙한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위전략회의에서 반 장관의 방일은 필수불가결한 외교적 교섭으로 규정됐다”며 “외교장관의 방일은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주최와 6자회담에 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반 장관은 19일 “현 상황에서 외교장관 방일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셔틀 회담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혀 12월로 예정된 셔틀 정상회담은 고이즈미 총리의 사과와 재발 방지약속 등이 없는 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시 한일 정상의 개별 면담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APEC 정상회의는 우리가 의장국이자 초청국이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적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정부는 또 양국 정치인의 의례적인 친선 차원의 교류는 시행하되 야스쿠니 신사 참배자와 비(非)참배자를 구분해 대응키로 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정치인이 방한할 경우 대통령 접견이나 정부 당국 차원의 공식 행사 등 예우에서 배제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역사 왜곡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같은 행위는 미래 동북아 평화와 협력적 질서의 결정적 장애가 되기 때문에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양국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추가적 노력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해결 전까지 원칙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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