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에서 치르는 국회의원 재선거가 25일로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한나라당 낙승이란 뻔한 결과가 예상된 탓인지 선거운동 초반만 하더라도 출마자 이외에는 별 관심도 끌지 못한 선거였다.
그러나 경기 광주에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5선인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무소속 출마하고 선거구마다 여야혼전이 벌어지는 등 의외의 변수가 터지고 급기야 강정구 교수를 둘러싼 국가정체성 공방까지 벌어지는 돌발 상황이 잇따르면서 이내 뜨거운 전장(戰場)이 됐다. 그 결과 여야 지도부는 의지와 좋든 싫든 선거결과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의도적으로 발을 뺀 우리당 문희상 의장이나 ‘제2의 4ㆍ30’을 기대하며 올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모두 예외일 수 없다.
한나라당 전승 우리당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문 의장측은 “재선거 결과와 문 의장 거취는 무관하다”면 미리 선을 그었지만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게 뻔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라는 의원들의 우려가 나타나는 강도와 양대 축인 정동영 통일장관진영과 김근태 보건복지장관진영의 당 수습복안이 열쇠다. 두 대선주자가 조기전대를 통해 지도부로 복귀해 내년 지방선거를 직접 지휘하겠다고 나서면 판이 커진다.
조기전대여부를 놓고 현 지도부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반면 재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전면에 나서길 꺼릴 경우 문 의장 체제는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특수에 다소 흔들리던 박 대표 체제가 안정감을 되찾을 것이다. 박 대표는 외곽의 이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하며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내년 지방선거에 매달릴 것이다.
한나라당 3승1패 한나라당에 1패를 안긴 곳이 어디냐에 따라 여진의 강도가 달라진다.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에서 우리당 이강철 후보가 이기는 경우 박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인 유승민 후보가 패배하는 경우의 수는 박 대표의 당내리더십에 치명타를 날릴 것이다. 반면 우리당은 축제분위기가 된다.
한번도 당선자를 낸 적이 없는 대구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 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 불모지에서 당선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1승의 산술적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
무소속 홍사덕 후보가 광주에서 이기면 공천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홍 후보의 복당을 놓고 벌어질 당내 갈등이 더 큰 문제다.
한나라당 2승2패 우리당이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 대구와 부천에서 우리당 후보가 모두 이기면 중도하차위기에 몰린 문 의장은 물론 여권 전체가 일시에 수세국면을 만회할 수 있다.
한곳만 차지하고 무소속 홍 후보가 광주에서 이겨도 좋다. 반면 한나라당은 조기전당대회론이 나오는 등 박 대표 체제가 위기에 몰릴 것이다. 박 대표에겐 꿈에도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