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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용어 몰라 억울한 옥살이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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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용어 몰라 억울한 옥살이할뻔

입력
2005.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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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용어를 잘 모르는 30대 여성이 법원의 무심한 행정 때문에 엉뚱하게 옥살이를 할 뻔했다가 검찰의 도움으로 구속을 면했다.

수원지검 공판부 정희도 검사는 검찰 소식지 ‘검찰가족’ 10월호에 남편과 사별한 후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살아가던 30대 후반의 김모씨가 겪은 사연을 소개했다.

김씨는 이웃주민의 연대보증을 받아 금융기관에서 1,200만원을 빌렸지만 빠듯한 살림 때문에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보증을 섰던 이웃은 돈을 대신 갚아주고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김씨는 기소돼 1심 법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지만 사정을 딱하게 여긴 재판부가 “법정구속은 않을 테니 피해자와 잘 합의하라”고 조언해 구속은 면했다.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법원의 배려였다. 김씨는 이후 보증인에게 빚을 갚고 고소취하서를 받은 뒤 법원으로 가 “취하하러 왔다”고 직원에게 말했다.

법원 직원은 “항소를 취하하러 왔느냐”고 물었고, 법률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김씨는 ‘고소취하’와 ‘항소취하’를 구분하지 못한 채 “그렇다”고 답했다. 법원 직원도 김씨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바로 항소취하를 하고 말았다.

사건이 해결된 줄만 알고 있던 김씨는 3월 수원지검 집행계 직원들에게 ‘형 미집행자’로 검거되자 영문을 모른 채 울기만 했다. 김씨 사정을 전해들은 검찰 직원들은 정 검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정 검사는 항소취하로 징역 6개월이 확정된 상황에서 김씨가 형집행을 면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골몰했다.

결국 법전을 뒤적여 법조인들에게도 생소한 ‘절차속행신청’을 내고 항소심을 진행해 집행유예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절차속행신청은 항소인의 귀책 사유가 아닌 중요한 착오 등으로 항소가 취하됐을 경우 이를 무효로 하고 소송을 계속하도록 청구하는 절차다.

정 검사는 ‘검찰가족’에 기고한 글에서 “사회악을 척결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검사가 된 것인데 당연한 일을 하고 가슴 뿌듯해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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