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3일 대구를 찾았다. 명목은 지난 대선 당시 그의 최측근으로 대구 동을 재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대선 패배 후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에 이어 두 번째 대구 방문이었다.
이 전 총재가 이날 오전 동대구역에서 내렸다. 대합실에는 지지자 200명이 몰려 나와 있었다.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은 목놓아 ‘이회창’을 연호했다. 대합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들은 “총재님 사랑합니다”고 외쳤다. 꽃다발을 안기고 포옹도 했다. 너무 열렬한 환영이어서 이 전 총재의 얼굴엔 조금 당황하는 기색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싫지 않은 듯한 미소가 번져 났다. 그는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이 전 총재는 먼저 미사를 올리기 위해 대구 동구 지묘성당을 찾았다. 유승민 후보를 비롯 안택수, 이해봉, 최경환 서상기 의원 등 TK의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최환욱 주임신부가 “귀한 분이 함께 하셨다”고 소개하자 신자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어 유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들렀다. “나를 많이 도와준, 내가 아끼는 사람이기에 개인 차원에서 격려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정계 복귀나 정치활동 재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굳이 말했다. 최근 행보를 정계복귀 수순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경계인 듯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전 총재가 대구 방문 후 큰 착각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전 총재는 유 후보와 점심을 함께 한 뒤 대구 동화사를 찾았다가 이날 오후 서울로 돌아왔다. 이날 대구 방문에는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종구, 이흥주 전 특보도 함께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