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리크 게이트’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의 석연치 않은 언행을 둘러싸고 들끓던 뉴욕타임스 내부의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왔다.
뉴욕타임스 빌 켈러 편집인은 22일 회사 간부들에게 회람한 메모를 통해 밀러 기자가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과의 ‘거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신문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취재원이었던 리비 비서실장에 대한 증언을 거부, 85일간 수감되기도 했던 밀러 기자는 “켈러 편집인의 주장은 심히 부정확하다”며 즉각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 자체 보도 등에 따르면 켈리 편집인은 문제의 메모에서 “밀러 기자가 은밀하게 진행된 반 (反)윌슨 캠페인에 이용당한 기자들 가운데 한명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밀러 기자의‘리크 게이트’연루와 관련해 중요한 경종이 울렸던 것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 윌슨 캠페인이란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리 대사가 이라크전이 정당하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폭로하자 그에 맞서 그의 부인인 발레리 플레임이 CIA 비밀 요원임을 누설하는 등 윌슨 대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부시 정부의 움직임을 뜻한다.
켈리 편집인은 이어 “밀러 기자는 플레임의 신분을 들었는지에 대해 필립 터브먼 워싱턴 지국장을 호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직설적으로 밀러 기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켈리 편집인은 또 “밀러 기자가 리비 비서실장과 얽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조사 과정에서 특별검사와 좀더 타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뉴욕타임스가 독자에게 투명하게 다가가기 보다는 소속 기자를 보호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는 인식을 키운 것 같아 두렵다”고 독자에게 사과했다.
밀러 기자는 이러한 비판에 굴하지 않겠다는 듯 켈러 편집인에게 서한을 보내 “터브먼 지국장을 호도할 생각도 없었고 호도하지도 않았다”면서 “윌슨 대사에 대해 의도적인 허위 정보 유포가 있었는지 몰랐고 내가 타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리비 비서실장은 취재원일 뿐 그와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떠한 관계도 없다”며 리비 비서실장과의 ‘담합’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의 변호사인 로버트 베닛씨도 “이번 기회에 밀러 기자와의 구원을 풀려고 하거나 영웅적 기자인 그의 명예를 손상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켈러 편집인 등을 겨냥했다.
뉴욕타임스의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는 과정에서 뉴욕타임스와 밀러 기자 사이에 이뤄졌던 ‘묵계’도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당초 밀러의 취재원 공개 거부를 적극 지지했고 이에 대해 밀러 기자는 상황이 정리된 후 사건의 전말을 담은 ‘1인칭 기사’를 쓰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밀러 기자는 석방된 뒤 자신이 화자가 되는‘1인칭 기사’의 작성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동료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몸을 사렸다고 한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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