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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쉰들러 리스트' 감독 스필버그 홀로코스트 증언 대학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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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쉰들러 리스트' 감독 스필버그 홀로코스트 증언 대학에 기증

입력
2005.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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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어머니와 동생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남녀를 나눠 수용하는 바람에 헤어지고 말았지요.” 벌써 50년이 지난 일인데도 한없이 눈물이 나온다.

에르나 A. 1923년 12월 15일 체코 우즈호로드 출생.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독일 에센과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등을 거쳐야 했다. 간신히 탈출해 혼자 살아 남았다. 지금 이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58)가 에르나 A.씨를 비롯해 나치의 홀로코스트(인종학살) 생존자 5만2,000명의 증언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21일 남가주대학(USC)에 기증했다.

지난 1993년 ‘쉰들러 리스트’를 제작하면서부터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강제수용소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받아 놓은 증언들이다. 지금까지 56개 국에 흩어져 있는 생존자들이 32개 언어로 한 증언을 채록했다. 홀로코스트에 관한 자료는 많지만 육성 증언을 5만여 건이나 수집한 것은 유례가 없다.

본인이 유대계인 스필버그는 기증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구촌에서 다시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대량학살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증언 하나하나가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사건들에 대한 또 다른 역사입니다. 이 자료들이 전 세계 모든 교실에서 편견과 불관용을 없애는 교육자료로 활용됐으면 합니다.”

이스라엘인들은 홀로코스트를 히브리어로 쇼아(Shoah: 대참사(大慘事)라는 뜻)라고 한다. 그는 쉰들러 리스트를 계기로 94년 쇼아재단(http://www.vhf.org)을 설립한 후 사재 6,5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들여 르완다 종족분쟁과 같은 최근의 대량학살 사건까지 조사 범위를 넓혔다. 지금까지 확보한 증언 분량만 10만여 시간분.

스필버그는 75년 ‘조스’를 시작으로 ‘E.T.’ ‘쥐라기 공원’ 등으로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후 휴머니즘과 전쟁의 문제를 깊이 천착한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2차례 수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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