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북한간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몸을 낮추며 ‘백기’를 들고 나와 현대 대북사업 정상화의 실마리가 풀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중국 칭다오(靑島)에 머물다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 전 부회장은 “현대를 떠난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북한이 현대의 대북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현대 아닌 곳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7월 자신의 비리가 보도됐을 때 “소명할 기회도 없었다”고 항변하거나, 현정은 회장이나 그룹측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현대를 적극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김 전 부회장은 “23일이 현대에 입사한 지 꼭 37년 되는 날인데 그 동안 행복했지만 고 정주영,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잘 받들지 못한 것을 죄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업을 하면서 경영자로서 회사를 위한다고 쓴 돈이 잘못 된 것 같으며, 오너가 아니면서 오너처럼 행동했던 점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자신의 비리를 일정부분 인정했다.
그는 이어 “현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대북사업을 수행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대북사업에 대해) 민족적 소명이 있는 만큼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현대측에서 어느 정도 역할 부여를 해 주길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부회장이 이처럼 바짝 엎드리고 나섬에 따라 공은 다시 현대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룹측은 “김 전 부회장의 돌출 발언이 없어 다행스럽다”면서 “그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복귀 절대 불가’라는 입장에서 다소 누그러진 듯한 분위기다.
북한이 “현대와 대북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긴 점과 김 전 부회장이 현대 내에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측도 이 범주 내에서 해법을 찾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김 전 부회장을 감싸 안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북사업을 풀어나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도 ‘현대로부터 엄청난 돈을 챙긴 후 신의를 저버리려 한다’는 남한 내 비난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현대와의 대북사업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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