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앞두고 올해 3월부터 독일에서 한국작가 순회 낭독회가 열릴 때 솔직히 낭패감을 맛본 작가들이 적지 않았을 게다. 순회 일정에서 만난 독일인들이 한국 문학은 고사하고 한국을 너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여성이 소설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나온 걸 보면 많은 독일인이 한국을 아프가니스탄처럼 여성 차별이 극심한 나라로 잘못 알거나, 아예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7개월 후. 이달 19일부터 23일까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장에 선 작가 40여 명의 얼굴이 하나 같이 상기됐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곳곳의 한국작가 행사장에 참석한 독일인의 관심은 비상했다.
독일의 문학전문출판사 데테파우는 자국 출판사들이 잔뜩 몰린 전시장내 독일관으로 소설가 김영하를 불러 독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데테파우 직원이 “김영하 행사 사진을 많이 찍어 두었으니 필요하면 말하라”고 홍보에 의욕을 낼 정도였다. 세계 유명작가 상당수를 관리하는 이름난 저작권 에이전시 와일리의 작가명단에서 이문열을 발견했을 때는 좀 과장해 감격스러웠다. 불과 몇 달 사이 주빈국 행사의 프리미엄을 업고 한국문화가 독일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행사 기간에도 우리끼리 잘 했니, 못 했니 하는 비판과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출판계는 문학행사에만 치중하는 주빈국 조직위가 못마땅한 듯했고, 조직위 내부에서도 “너무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냐”며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못한 게 많을수록 더 득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출판사들이 반듯한 영문 카탈로그 만들어본 것만 해도 얼마나 큰 경험인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남긴 과제들만 잘 풀어가도 한국문화 해외홍보는 성큼 전진할 것이다.
김범수 문화부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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