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축소 등 남북 경협 불협화의 단초가 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그제 귀국했다. 그는 “현대를 떠난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현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대북사업을 수행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 조선아ㆍ태평화위원회의 담화문 발표 배경에 대해서는 “전문을 보지 못했지만 잘해 보자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모두가 우려해온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현대가 아닌 다른 곳과의 대북사업 가능성을 일축한 그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비쳤다.
이런 분위기로 보아 현재의 북한과 현대간의 불협화는 수습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여기에 김 전 부회장의 어떤 역할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한다.
현대와 북한간의 교착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당장의 급선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방식의 남북경협 틀은 변해야 한다. 남북 경협의 현대측 대표였던 김 전 부회장이 북한과 맺은 ‘7대 경협합의서’의 전문을 보지 못했다니 말이 되는가.
북의 최고위층이 담보한 합의서 이행을 부정하는 풍토에서는 본격적 경협을 기대할 수 없다. 구속력 없는 계약, 상부 지시에 따라 언제라도 달라지는 관행 등으로 남측기업이 피해를 본 사례는 의외로 많다.
현대 사태를 계기로 남북 경협에 확실한 원칙이 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스스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근본적 개혁ㆍ개방을 해야 겠지만 정부도 원칙 있는 경협관행 구축에 앞장 서야 한다. 오는 28일 개성공단에 개설되는 남북경협사무소는 새로운 경협 관행을 세우는데 일선창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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