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 해 호주로 이주한 40대 남성입니다. 이주하기 전에 두 딸을 호주로 유학 보내고, 아내 역시 현지에서 뒷바라지를 했기 때문에 이른바 기러기아빠 생활을 적지 않게 했습니다.
거의 반평생을 보낸 서울을 등지고 낯선 이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니 처음에는 두려움도 앞섰지만, 지금은 먼저 정착한 친지들과도 어울리고 의욕도 생겨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년 전 아버지에게서 상속 받은 건물을 매각한 자금 8억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예치했다가 최근 귀국한 김에 인출, 호주로 갖고 가려고 하니 은행에서 난색을 표했습니다.
한꺼번에 다 인출할 수 없으니 매년 일정금액 이하로 몇 년에 나눠 인출 송금하라고 합니다. 호주로 돈을 보내려면 몇 가지 준비서류도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내 돈을 인출해 갖고 나가려는데 이렇게 절차가 까다로운지 몰랐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최근 고객과 같이 해외 이주를 위해 은행에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특히 국내 재산을 모두 정리해 해외로 나가려면, 외국환관리법에 따른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보내려면 주거래 외국환은행을 지정해 송금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고객은 현재 부동산 매각자금을 예금한 은행을 선택하는 게 편리할 것입니다.
준비서류는 여권, 국적(영주권) 취득확인서, 부동산 매각자금확인서,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입니다. 이 때 송금한도는 부동산 매각자금확인서에 쓰인 금액 내라는 점을 주의하십시오. 부동산 매각자금확인서는 해당 부동산 소재지 관할 세무서에서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고객의 경우 상속 받은 부동산을 4년 전 매각한 것이기 때문에 위 절차를 밟아 송금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다만, 매각 후 5년이 지난 자금은 별도 예금자산 반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은행에선 몇 년에 걸쳐 인출 송금하는 방법을 권유했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매년 10만 달러 이내로 인출해 몇 년에 걸쳐 호주로 가져간다면, 부동산 매각자금확인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뜻에서 말씀 드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은 이민을 위해 예금자산을 인출할 때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원칙적으로 예금자산을 인출해 해외로 반출하는 경우 금액의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액수에 따라 절차가 약간 달라집니다. 먼저 연간 송금액을 합산해 총 10만 달러 이하로 인출한다면,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거래 외국환 지정은행에서 직접 송금하면 됩니다.
그러나 연간 10만 달러를 초과 인출하려면 거래 외국환은행 소재 관할 세무서에서 발행한 ‘예금 등 자금출처 확인서’를 발급 받아야 합니다. 또 세무서에 갈 때에는 은행에서 발급한 거래 외국환은행 지정신청서 사본을 지참해야 합니다.
이는 세무당국이 해외 이민자의 국내 자산 반출에 대해 제한을 두려는 것이 아니라, 해외 유출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국내 자산 반출 방식은 예금자산 형태로 인출하든 부동산 처분대금 방식으로 인출하든, 해외송금만 가능합니다. 외화 현찰로 바꾸거나 여행자수표 환전 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도움말= 황창규 하나은행 대치역지점 PB팀장 ckhwang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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