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양 돌리에 이어 복제 젖소나 복제 개까지도 탄생하였다. 이제는 가히 복제되지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은 키치(kitsch)로 복제되어 대량 유통된 지 오래고, 어디선가 인간마저 복제되고 있다는 수상한 소문마저 무성하다. 그러나 인간복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경종을 울리는 곳이 많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라는 영화는 복제된 리플리컨트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 어린 탐색을 펼친다. 그
것은 카피된 육체 속에 과연 존엄한 인간의 영혼을 담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색빛 전망을 뜻한다. 손쉽게 만들어낼 수도,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영혼을 지닌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겨운 작업은 이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학습적 취약점이나, 공부 환경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분석이 명료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요지부동이었던 아이를 움직여 변화의 길로 이끌어 줄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칭찬과 격려다. 칭찬은 학생의 발전을 소망하는 긍정적 에너지로 가득 찬 말이다. 격려는 난관에 마주친 학생의 좌절과 힘겨움에 대한 다독임과 후원이다. 이 간단한 말의 힘은 그러나 놀랄 만큼 위대하다.
칭찬의 위대한 힘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학생이 있다. 관리해본 학생들 중 가장 성적이 안 좋았던 학생이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는데 전 과목이 ‘가’였다.
아무것에도 자신감이 없었다. 상담 시간은 언제나 아이의 숨겨진 잠재력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니 아이의 훌륭한 면들만 눈에 들어왔다.
작은 소리가 엠플리파이어를 통과하며 귀를 꽝꽝 울리는 굉음이 되듯, 사소한 칭찬들이 그 아이의 가슴을 울리는 크나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서였다.
학생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걸어오셨다. 어느날 학생이 물었다고 한다. ‘엄마, 매니저는 나에게 수많은 능력이 숨어 있다고 하던데,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요?’
학생은 자기가 들었던 그 힘찬 말들을 일기장에 옮겨 적으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꼭’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학생의 입에서 무언가를 ‘꼭’ 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학생들은 칭찬의 말에 익숙하지 않다. 칭찬이 아이를 나태하게 만들 것 같아서 항상 따끔한 충고만을 하신다는 부모님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자기 안의 가능성을 발굴해내기 위한 가장 상냥하고 유능한 도구가 바로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에 대하여 나는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알묘조장' 이라는 말이 있다. 송나라의 농부가 벼가 빨리 자라라고 벼의 순을 잡아당겨 놓았더니 다음날 벼가 모두 말라죽어 버렸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학생들은 모든 면에서 아직 튼튼하지 못한 어린 싹과 같다.
긴 안목으로 생을 투시하며 의지를 다지는 통찰력도 부족하며, 일상을 경영하는 노하우도 부모의 욕심만큼 야무지지 못하다. 부모의 성마른 욕심이 내 아이의 의지와 노력의 싹을 말라죽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칭찬과 격려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며 복제불가의 자기 존엄성을 찾아가는 어린 학생들에게 기름진 거름과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김송은ㆍ학습전문가ㆍ목동 에듀플렉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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